가람 이병기(李秉岐.1891.3.5~1968.11.29) 선생의 문학작품을 기리기 위한 제27회 가람시조문학상에 시인 이한성씨(이한성(57·송원중 교사)의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지팡이’가 당선작에 선정됐다.

가람 시조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지난 20일 등단 경력 10년 이상된 시조작가들을 대상으로 작품심사를 마친 결과 이같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수상작으로 결정된 ‘지팡이’는 사유와 철학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화두라는 평을 얻고 있다. 특히 사색과 사유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지팡이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새삼 이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잘 형상화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1957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이 시인은 대학 2학년 시절인 지난 72년 5월 월간문학 신인상에 ‘다도해 기행’으로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2004년에는 ‘가을적벽’이란 서정적 작품으로 국내 최고의 시조작품상인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5월 10일 익산 시민의 날에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실시되며 상패와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될 예정이다.



김한성시인-시조 가락 속에 담은

비판적 현실 인식 돋보여


시인 이한성은 1950년 전라남도 장흥군 용산면 어산리에서 출생했다. 그는 조대부고를 거쳐 1971년 조선대학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하여 1975년에 졸업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인 1972년 5월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함으로써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당선작은 시조 ‘다도해기행초·2’였다.

한편, 그 무렵에 <시조문학>에도 추천이 진행되고 있어서, 같은 해 10월 시조 ‘연가’로 완료 추천을 받았다. 당시 그의 등단은 두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끌었다. 하나는 한 해에 두 쪽의 관문을 통과하여 작품 수준을 높이 평가받았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약관의 나이를 갓 넘긴 대학 2학년의 학생 시인이라는 점이었다. 그의 화려한 등단은 예견되어 있는 일이기도 했다. 왜냐 하면, 그는 이미 고교 시절인 1969년 한 해에 ‘남도 문화제’, ‘고려대 주최 전국 문예현상’, ‘동국대 주최 전국문예현상’에서 그의 시가 장원, 당선 등의 영광을 안았고, ‘원광대 주최 전국문예현상’에서는 소설 ‘속초시장’이 당선되어 촉망을 받아 오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네 권의 시집을 내 놓았다. <과정>(한국문학사, 1979), <신을 끄는 보름달>(문조사, 1985), <뼈만 남은 꿈 하나>(신원문화사, 1992), <볏짚 주어서도 산다>(책만드는집, 2001)가 그것이다. 이상의 시집에서 돋보이는 그의 문학적 특성은 다음의 몇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시조 형식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현대 시조의 시적 역량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였다. 그는 초기부터 평시조, 사설시조, 양장시조 등의 형식을 동원하여 연작시조로 구성하기도 하고 무거운 주제를 장시조로 소화해 내기도 하여 기량을 인정받았다. 장시조 ‘과정’, ‘물레돌리기’, 연작시조 ‘비가’ ‘보름제’, ‘은유’ ‘땅’ ‘해학’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둘째, 은유와 상징, 그리고 새로운 이미지 창조 등 시적 기교가 돋보인다. 시인 이우종도 그의 시조를 두고, “시의(詩衣)를 폈다 접는 기교에서 유로되는 한국적인 멋진 가락마저 창조하고 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셋째, 현대 시조의 주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그의 시조는 시적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드러나는 감각적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그는 뛰어난 감수성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그것을 시적 언어로 간명하게 변환시키는 능력을 가진 시인이다. 시인 강인한의 평문은 이러한 특성을 잘 지적하고 있다.

“적절한 노출의 타이밍과 전체로부터 의미 있는 부분만을 끄집어내어 결합하는 주제적 집중은 바로 시인의 시정신에 다름 아니다. 이한성의 시들이 포착하는 것은 그러한 조형의 세계이다. 그러나 이렇게만 말하기엔 충분치 않다. 그의 시가 본질적 질료로서 다루고 있는 언어적 특징이 또한 가벼이 볼 수 없는 성질을 띠고 있는 까닭이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어떤 경우에서건 가식이 없는 질박한 육성으로 나타남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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