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강화도에 16년동안 틀어박혀 민통선 마을을 걸어다니고 북녘땅을 바라보며 통일과 상생을 가슴에 품고 이 시대의 일그러진 영혼을 그려온 민중화가 장흥출신의 박진화 화백이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그림전을 갖고 있다.(7월9일-14일)

한반도 최남단의 땅, 따뜻한 정남진 장흥출신으로 전후세대인 그가 북녘땅 설한북풍 밑에 웅크리고 앉아 통일을 노래해온 것 자체가 아이러니고, 남도출신이 그에게 남도적 정서보다 분단으로 일그러진 민족혼에 대한 표출이 아이러니지만, 정작 아이러니한 것은, 해서인지 몰라도 그의 민중과 통일과 상생 주제의 그림이 더욱 설득적이며 누구못지 않게 치열하다는 것.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최근 그려온 작품 100여점을 골라 선보이고 있다.

9일 초대전이 열리던 날 많은 미술인, 미술 동호인들이 전시관을 찾았다. 1,2,3전시실로 나누어진 넓찍한 공간들을 꽉메우며 살아있는 듯 꿈틀대는 듯한 역동적인 그의 그림들은 이날 관객들의 시선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림에 문외한인 기자도 그림을 대하는 순간, 무언가 가슴을 치밀어오르고 급기야 목밀대까지 치받아오르는 감동에 몸을 떨었다. 여기저기 찬탄하는 소리가 이어진다. 그림전에서 이런 감동을 받기는 난생 처음이다.

의정부시 예술협회의 한 간부는 "몇년 지나면 한 폭에 1억이상씩 호가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예언(?)까지 해댔다.

그의 그림의 주인공은 민중들이다. 상처받고 좌절당하고 소외당하고 절망한 민중들이다. 그 민중들은 분노하고 절규한다. 그 민중들이 추어대는 춤도 통한의 춤이다. 그들이 발딛고 있는 땅은 더욱 절망적이며 그 땅의 색조도 어둡다. 그러나 그 민중들의 몸짓과 시선, 언어 그리고 그 땅의 한 귀에는 희망이 여리게 스며있다. 긍정의 일면이 부정을 통해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해서 그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아주 강열한 메시지가 읽혀진다.

박진화 화가.-그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예의 '민중미술가'다. 80년대엔, 그림에 빨간색을 너무 많이 썼다며 기관에 그림을 빼앗긴 경험까지 가진 열정적인 민중화가다. 80년대 함께 그림을 그렸던 많은 화가들이 대부분 붓을 꺾거나, 다른 그림으로 전향했지만 그는 여전히 민중미술가라는 닉네임을 고수하고 있다.

초창기 그런 그의 그림엔 민중들의 분노만 있었지만, 지금은 그 분노 위에 상생이 보태지고 부정을 통한 긍정이 숨쉰다. '박진화그림' 세계가 이젠 보다 확연해지고 있다. 이제는 감동의 메지시까지 읽게 만들고 있다. 하여 이제 그는 '통일' 주제의 그림쟁이로는 최정상에 섰다. 이번에 통일문화재단이 박진화의 그림을 초대하여 주관하게 된 것도 '박진화 그림'의 이런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리라.

박진화는 이번 전시회와 함께 <붓의 이행-박진화 1985-2006>라는 도록도 출간, 선보였다. 신국배판형, 아트지150g, 올칼라, 340쪽의 도록으로 그동안 천착해 온 작품 400여점을 연도별 모음으로 정리했고, 그림작업 중 틈틈히 썼던 그림자평이나 그림 에세이도 곁들여, 산뜻하게 엮어펴냈다. 내노라는 중견작가들도 엮어내기 쉽지않은 두툼한 도록을 출간, 20년 그림인생을 정리한 것이다.

서울 김융희, 김해림, 조윤희 마동욱 등 서울 예장회(장흥출신예술인 모임) 회원을 비롯 시인 위선환, 소설가 서종택(고려대교수)등도 이날 전시장을 찾아 박화백의 그림전을 축하했다. /김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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