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관단체장 쯤 역임한 분이 퇴임 후에. 언제 그런 직책을 맡았느냐는 듯이. 예전의 일상, 농군의 일상으로 되돌아가 예전처럼 여전히 땀흘리는 모습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물론 그런 경우가 당연지사이고, 또 그런 모습이 바로 우리 사회를 살찌우는 일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왕왕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장흥읍 월평리 마을 이장 김경전씨(60). 그는 잘 알다시피, 불과 2년 전에 당시 장흥읍 농협장을 역임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월평마을에서 마을이장 일도 하고, 평생 업으로 일해 온 두부공장도 운영하고, 농사도 지으며 아주 평범한 농군으로 살아가고 있다.


특히 두부는 새벽 3시에 기상해 새벽에 만들어 아침 7시까지 고객들에게 배달까지 마쳐야 하는 일이므로 그의 기상 시간은 매일 어김없이 3시쯤이 된다. 그의 하루는 이처럼 고된 두부만드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하루 만드는 두부는 보통 800여모로 콩(80㎏) 2∼3 가마니가 소비된다.
농사도 솔찮다. 논농사는 35만6000㎠(1만평)을 짓고 있다. 밭농사는 14만㎠(4천평)를 경작하고 있으며 별도로 임대논 등 7만㎠(2천평)에 콩을 재배하고 있다. 여느 대농군이나 다름없는 대농군인 셈이어서 농삿일에서만 허리가 휠 정도이다.


그리고 마을이장이므로 틈틈이 읍사무소, 군청, 농업기술센터 등을 오고가며 마을일을 맡기도 한다.
그가 종일 해내는 일의 양만으로 하루 24시간이 짧다. 어지간한 성실성, 근면성이 없으며 해내지 못하는 일들이다. 이런 일은 그가 농협장을 맡기 전 해마다 날마다 해온 일이었다. 농협장 하느라 1년간 잠시 외도하긴 했지만, 농협장에서 물러난 이후, 그에게는 예전의 일상이 다시 자신의 삶이 되었고, 그 삶 속에 서 그는 충직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그가, 한때 농협조합장이었다가 성실한 농군으로 되돌아왔던 그가, 오는 11월 6일 치르는 정남진 장흥농협장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혔다. 그가 이번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리라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유포돼 온 일이기도 했지만, 그의 농협장 선거 출마에 대한 의지가 자못 궁금했다.

-지난 2005년에 장흥농협장으로 1년만 근무하고 퇴임했는데.
"2005년 1월 1일 조합장 선거가 있었다. 당시 전임조합장 김옥두씨, 윤재남씨, 그리고 나까지 3인이 출마 내가 당선돼, 1월 3일 제10대 조합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25일 퇴임했으니 조합장으로 일한 것은 11개월 20여일에 불과했다.
당시 장흥농협은 관리조합이었다. 당시 장흥조합도 전년도에 무이자 경영자금 100억원을 지원받았으나, 수혜이익 5억원을 내지 못해 경영위기를 맞고 있었고, 그러던 중 중앙에서 3월에 경영진단이 실시되고 5월에 합병을 요구하는 진단결과를 받게 된다.
합병을 할 경우 부실자금 118억을 갚아주고 향후 2년동안 발생하는 부실자금도 갚아준다는 조건이 전제됐다.
당시 유치농협은 무이자 경영자금 100억원, 장흥농협도 100억원을 자금을 지원받았고 2006년에는 합병조합에 70억의 무이자자금을 지원해주기로 했으므로 두 조합이 합병하게되면, 총 270억원의 무이자 자금에서 발생하는 5%인 13억5천만원의 경영이익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해서 대승적 견지에서 유치농협에 흡수합병을 추진하기로 했고, 그해 8월 12일 조합원 투표에서 장흥이 90.6%, 유치가 67.1%의 찬성으로 합병을 의결하게 되면서 합병이 본격 추진됐던 것이고, 유치농협으로 흡수 합병되는 장흥농협장으로 퇴임을 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또 나는 조합에 취임한 후 조합원 환원사업을 위해 매월 1백만원씩 8개월 동안 조합에 내놓기도 하는 등 조합 정상화에 최선을 다했다.”

- 당시 1,2년 정도 더 버틸 수도 있었지 않았나.
"어거지로 버티면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버틸수록 장흥농협과 조합원들에게는 손해가 된다. 합병해서 경영이 정상화 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이다. 해서 단호히 합병단안을 내렸던 것이다.”

-올 11월에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출마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아는데.
"합병조합장 임기는 2년이다. 해서 현 정남진 장흥조합장의 임기는 12월 25일로 만료가 된다. 해서 오는 11월 6일 선거일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겠다."

-출마에 대한 변은.
"장흥농협장으로 1년을 근무했지만, 합병으로 3년을 양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2보 전진을 위해 1보를 양보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합병 조합장 선거는 처음으로 치러진다. 선출직 조합장은 처음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난 2005년 장흥농협장에 출마하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일, 필히 이루어 보고 싶었던 꿈과 계획을 다시 제대로 펼쳐 보이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번 조합장 선거에 다시 도전하려는 것이다.”

-합병조합장으로 해보고 이뤄내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첫째, 지금의 조합은 직원들의 조합이라는 오해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은 조합원이 만든 조직이다. 직원들은 그 조합을 관리할 뿐이다. 그러므로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어야 하는데, 언제인가부터 조합의 주인은 직원들이 돼 왔다. 이제는 조합원의 조합으로 원상회복돼야 한다. 그러므로 조합원의 조합이 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의식변화를 이뤄내고 조합원들이 주인정신으로 애착심을 가지고 조합의 모든일에 능동적으로 참여, 명실상부 조합원의 조합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내겠는 각오이다.
둘째, 소비자가 즐겨찾는 고품격 쌀 생산 대책과 효율적인 친환경농업 육성책을 수립, 친환경농업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친환경 농산물 판매와 판로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이다. 친환경농업은 한국농업의 미래에서 유일한 활로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아직은 수익이 보장 되지 않고 판로 역시 확실하지 않아 많은 농민들이 외면하고 있다.
문제는 판로 확보가 선결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홍보가 중요하다. 장흥의 친환경 농산물이 도시민들에게 널리 홍보되어야 한다. 장흥군의 친환경농업의 문제점은 바로 홍보부족이라는 점이다. 이점을 고려, 장단기적 고품격 쌀생산과 친환경농업 육성지원책을 수립해 판로문제, 홍보문제 등을 우리 조합이 앞장서서 해결해 나가겠다는 각오이다.”
김경전씨는 향양2구 새마을지도자, 농조대의원, 장흥축협 이사, 장흥농협 이사 등을 거치고 농업기반공사 대의원, 장흥로타리크럽 회원, 향양2구마을이장, 장흥농협 조합장, 장흥읍 친환경작목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1만8천여평에 논사를 짓는 농업인이기도 하고, 자택의 두부공장에서 두부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상공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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