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cafe.daum.net/giwol44 통도사 백련암/미지로
보림사가 어떤 사찰이던가.
통일신라 구산선문 가운데 가지산문의 종찰이다.
대찰인데도 가람이 비교적 단출하다.
대웅보전과 대적광전을 비롯한 몇 안 되는 건물에 비하여
높은 담장을 두른 스님들이 기거하는 요사체 건물이 더 많았다.
경내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적광전 앞에 서 있는
상륜부가 온전한 동, 서 삼층석탑과 그 가운데에 서있는 석등이었다.
조금 전 운주사에서 보고 온 키다리 9층, 7층 석탑을 보고 온
뒤라서 그런지 체감율이 잘 맞는 보림사 삼층석탑을 보니
탑의 진수를 보는 것 같아 반갑기가 그지없었다.
어떻게 상륜부까지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혹시 새 석재로 복원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수수께끼는 바로 찰주에 있었다.
찰주는 보통 쇄 막대기로 되어 있어
상륜부의 여러 구성재를 찰주에 끼워 세우게 된다.
그러나 쇠로 된 찰주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부식되고 삭아 없어져
상륜부의 구성재들이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가 버린다.
그런데 보림사 삼층석탑의 찰주는 쇠가 아니고 돌로 되어 있어
상륜부 구성재가 온전히 남아 있게 된 것이란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경주 감은사지 삼층석탑의 찰주는 그대로 있는데
상륜부 구성재들은 어디 갔단 말이지...?
아마도 찰주 보다 상륜부 구성재들이 먼저 마멸되어 없어졌을 것이다.)
보림사의 동, 서 두 탑의 상륜부를 가만히 보니 서 탑의 상륜부가 동탑보다 짧다.
노반, 복발, 앙화, 보륜, 수연, 용차, 보주, 찰주 중 동탑에는 보륜이 5개 인 반면,
서탑에는 3개뿐이었기 때문에 동, 서 탑의 상륜부의 높이가
조금 차이가 난 것임을 알았다.
탑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지금 그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생각들을 일으키고 있을까?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