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동(53)씨가 경인검(庚寅劍)외 4편으로 계간 ‘시와 사람’ 신인상을 수상했다.

여수지방해양수산청 장흥해양수산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는 이씨는, 어촌현장을 누비며 쇠락해 가는 어촌과 가난한 어업인의 삶을 녹여 꾸준히 습작을 해왔다.

심사위원들은“서정시의 본질을 꿰뚫고 있으며, 불화를 극복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겸양의 미덕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이씨는 당선 소감에서 "중년이 돼서도 세상과 말이 통하지 않았다. 어떤 장벽이 있어 그런게 아니라 내가 말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손금에 음각된 아무 영양가도 없는(?) ‘시’만 다듬고 있을 때 아내는 심히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찌하랴. 내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시뿐인 것을. 참으로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첫걸음은 이른 나이에 제자 20명이나 주례 서준 친구 철규와 토요일마다 광주공원 용아와 영랑의 시비를 쓰다듬던 고교시절부터다. 그때 시인의 사유는 곧 우리의 사유였다. 나는 너무 깊숙이 침잠해 버렸고 자꾸만 커지는 세상을 압축하지 못해 절망했다. 절망하니 말을 잃어버린 수밖에 없었고 청춘은 속절없이 가버렸다.

다시 말을 찾았다. 그 동안의 절망이 침묵이 왜 이렇게 귀중한지 모르겠다. 현실의 말석에서 쇠락해가는 어촌을 걸어간다. 한 노인이 슬픈 눈빛으로 빈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한 줄의 시로 저 눈물 어린 시선을 어루만져 줄 수만 있다면.”고 적었다

이씨는 또 “숨 쉬는 바다와 그 바다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어업인의 삶을 형상화하여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싶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이씨의 당선시 중 '경인검'이라는 시다.

"무(武)의 기운이 가장 강한/영특한 호랑이 기운을 받아 만드는 칼,/경인년 시작해 꼬박 칠 년을 만드는/경인검, 닭장에 넣으면 새벽에 닭이 울지 않아/새벽이 온 지도 모르게 하는/신의 계시마저 갈라버리게 하고/소원성취하게 한다는/전설 속의 검이 된다는 것.//대문 밖에 금줄을 치고/팔괘기 사방에 꽂아 액땜을 한다/더 강해지기 위해, 마음의 주름 펴기 위해/인두처럼 달궈진다/불 같은 성정 죽이기 위해/피지직, 차가운 물에 식혔다가/이성의 기운 스며들도록/망치에 뒤통수를 맞는다/마침내 눈부시고 서늘한 검이 된다는 것.//황사 낀 세상을 향해/늘 적개심과 분기(憤氣)로 가득 찬 세상을 향해/지금껏 내가 마구 휘둘러 온 칼 버리고,/오늘은 경인검 중에서도/임금만이 지녔다는 사인검(四寅劍) 만들기 좋은/십이 년 만에 한 번 돌아오는/경인년, 경인달, 경인일, 경인시/전설 속의 칼이 되기 위해/여린 내 마음을 난도질하던/시퍼런 비수 하나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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