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의 끝자락에서 온산을 하얗게 뒤덮은 억새-.가을의 정취가 한아름 느껴지는 은빛 물결의 억새 바다가 우리를 손짓하고 있다.

억새는 전국 어느 시골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흔하기도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의 정남진, 전남 장흥군에 위치하고 있는 도립공원 천관산(723m)의 온 산을 뒤덮고 있는 억새가 단연 최고로 손꼽힌다.

다도해의 풍광과 기암괴석의 절묘한 조화, 천관산 정상의 40만평에 이르는 억새평원에는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억새들이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내며 물결처럼 파도를 치고 산을 찾는 이들을 삼켜버릴 듯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등반코스는 10여개 이상의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도립공원 안내소가 있는 장천재 주차장에서 주변의 고인돌군, 방촌 문화마을, 효자송, 공예태후 임씨의 정안사 등을 감상한 후 안내에 따라 취향에 맞게 오른다든지 아니면 탑산사에 도착해 전국 최초로 야외에 조성된 천관산 문학공원에서 국내 유명 문인 54명의 문향이 담긴 문학비를 감상하고 오르면 된다.

소나무 가지아래 동백나무가 늘어섰고 상수리나무, 때죽나무, 노각나무가 등산객을 맞이한다.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해준다. 아직은 제때가 아니지만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면 제법 색깔을 갖춘 나뭇잎들이 바위들 사이에서 물들어 산행하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기바위, 사자바위, 종봉, 천주봉, 관음봉, 선재봉, 대세봉, 석선봉, 돛대봉, 갈대봉, 독성암, 아육탑, 환희대, 아홉 개의 봉우리가 모여 만든 구룡봉, 모든 봉우리들이 여느 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기이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주옥으로 장식된 천자의 면류관과 닮았다 하여 이름도 천관산(天冠山)이라 불린다. 눈앞에 펼쳐진 다도해의 절경, 아침이슬에 촉촉이 젖어 하얗게 눈송이처럼 핀 억새 한 무리, ‘와’~ 하며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능선을 따라 연대봉에서 환희대까지 발길을 재촉하면 40만평에 펼쳐진 비단결 같은 억새가 은빛을 내 품는다. 연대봉쪽에서 넘어 온 다도해의 가을바람에 억새들이 고개를 숙였! 일으켰다 하며 군무를 춘다.

천관산의 억새 향연은 9-10월을 절정으로 11월까지 이어진다.

천관산은 국립공원으로 널리 잘 알려진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변산 등과 함께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신성스러운 산이나 산정에 올라서면 바다 속의 육지인지 육지 속의 바다인지 분간키 어려운 아름다운 다도해가 펼쳐지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노령산맥의 맨 끝에 우뚝 솟아 있는 명산이다.

더구나 올해 10월 7일에는 전국의 산악인들과 탐방객들이 참여하는 산상축제인 제14회 천관산 억새제가 성대히 열리게 된다.

천관산 연대봉에서 억새제례, 우리가락놀이마당, 판소리한마당, 억새아가씨 선발, 행운권 추첨 등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물론, 6일에는 목포MBC 도전가요열창과 연계하여 유명가수들과 함께하는 노래자랑, 불꽃놀이 등 전야제가 대덕중학교 운동장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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