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2367호.2007.10.13/어현경 기자



▲문화재청이 올 초 복원한 국보 제63호인 철원 도피안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맨 왼쪽)과 국보117호인 장흥 보림사 철조 비로자나불좌상의 모습(우측) 모두 개금을 하지 않은채 사찰에 봉안돼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쇠를 녹여 조성한 철불(鐵佛)의 원래 모습은 금박을 붙이기 이전일까, 아니면 여느 불상과 마찬가지로 금빛의 불상일까.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철불의 원형복원에 대해 살펴보자.

문화재청이 올 초 복원한 국보 제63호 철원 도피안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과 국보117호 장흥 보림사 철조 비로자나불좌상의 모습을 보면, 철불은 금박을 입히지 않는 것이 원형인 것 같다. 이런 부처님은 박물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 전시된 철불의 대부분은 시커먼 철제의 모습을 생경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불교계는 철불 보존처리 과정에서 금박을 벗긴 것에 대해 “불상은 신앙의 대상인만큼 개금(改金, 불상에 금칠을 다시 함)까지 마쳐야 복원이 완료된 것”이라며 “사찰의 스님은 물론 불상을 친견하는 사람들이 시커먼 모습이 철불의 원형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역시 철불을 원형으로 복원하는데 있어 개금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총무원 문화부는 지난 9월21일 문화재청에 ‘불상 원형복원을 위한 보존처리 시 요청사항’이란 제목으로 공문을 발송해 “원형복원이 개금을 벗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형에 맞게 개금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며 “시대를 불문하고 불상은 개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불상복원관련 지도시 이런 사항을 반영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철불은 통일신라시대 말부터 고려시대에 집중적으로 조성된 불상이다. 때문에 현존하는 대다수 철불의 나이는 1000년 전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오랜 세월 사찰에 전해지면서, 원형이 왜곡됐다는 점이다. 철불 변형의 가장 주된 이유는 다름아닌 개금불사이다. 불상을 잘 모시겠다고 한 개금불사임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진행돼 불상의 원래모습을 잃게 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여러 사찰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도피안사나 보림사의 철불이 대표적이다. 전통기법인 옻칠을 사용하지 않고, 인공도료인 카슈를 발라 이것이 굳기 전에 금박을 입혀 본래 모습을 상실한 것이다. 근래 문화재청이 추진하고 있는 불상원형복원 작업도 잘못된 개금을 바로잡기 위한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철불은 개금을 벗긴 채로 보존처리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개금을 벗긴 모습이 불상의 원형은 아니라는 점이다. 개금에 대한 근거는 ‘32상(三十二相) 80종호(八十種好)’에서 찾아볼 수 있다. ‘32상 80종호’는 부처님이 구비한 관상의 특이성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것이다. 여기에 언급된 부처님의 신체적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온 몸의 빛이 황금색”이라는 것이다. ‘32상 80종호’가 불상이 처음 조성된 간다라와 마투라 지역에서 시작돼 오늘날까지 전해져 불상을 조성하는 기본 원칙으로도 여겨지는 것으로 볼 때, 철불 역시 개금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리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은 “오늘날에는 복원과정에서 철불의 개금을 벗기기도 하지만, 오래전부터 불상은 예배의 대상으로 여겨져 개금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금은 부처님에 대한 외경심을 높이는 효과도 있지만, 산화나 부식을 억제하기 위한 효과도 있다. 철의 경우 공기와 오래 닿으면 붉게 변하는데, 개금을 하면 이를 방지할 수 있다.

총무원 문화부 박종학 팀장은 “현재 문화재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철불 보존처리는 문화재를 오랫동안 보관.관리하는데 꼭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하지만, 원형이 손상되지 않도록 개금하는 것이 문화재 보존처리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개금을 벗겨내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사찰에서 불상을 제대로 개금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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