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정남쪽 바닷가 정남진 장흥에 가면 안양면 수문으로부터 용산면과 관산읍, 회진면을 거쳐 대덕읍 옹암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곳곳에 펼쳐진 석화구이집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득량만의 기름진 갯벌에서 자란 굴을 장작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구워먹는 맛은 말로 이루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감히 그 맛을 논할 수 없다. 장작은 상황버섯을 재배하고 난 후의 폐목인데 이 장작불 앞에 앉아 있으면 부인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속살보다 껍데기가 큰 석화는 즉석 불고기식으로 구워 먹는다.

석화 껍질 가득한 해변가에 늘어선 비닐천막에선 참나무 장작불이 영롱한 불빛과 함께 열기를 뿜어내고 커다란 석쇠 위에선 싱싱한 석화가 탁탁 소리를 내며 껍질 채 익어간다.

석화가 익어 껍질이 살짝 벌어지면 장갑을 끼고 뾰족한 칼로 껍질을 벌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굴을 꺼낸다. 석화 대여섯개가 붙어있어 까먹는 재미도 제법이어서 시간가는 줄 모른다. 4명이 실컷 먹을 수 있는 석화 한바구니에 2만원. 아낙들의 손이 커서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푸짐하다. 굴을 듬뿍 넣어 끓인 3,000원짜리 떡국 또한 정남진 장흥의 바닷가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별미다.

장흥지역의 굴 양식법은 특별하다. 소나무 가지에 붙이는 재래식 방법도 있지만 커다란 돌을 득량만 청정바다에 던져 놓으면 석화가 돌에 붙는다. 물이 빠지면 햇빛에 숙성되고 물이 차면 성장하는 정남진 장흥의 석화는 알이 굵고 담백해 주말마다 입소문을 통해 찾아온 관광객들로 포구마다 제법 북적거린다.

현재 장흥지역의 석화구이집은 해안선을 따라 대략 30여개소가 있다.

▲안양 - 건강생약초 해수탕과 숙소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종합휴양레져타운인 옥섬워터파크 인근의 여다지에 조개구이집이 있다. ▲용산 - 남포마을에 10개소가 있다. ▲관산 - 죽청에서 장환도에 이르는 해변가에 즐비하게 15개소 정도 있다.▲대덕 - 옹암에 2개소가 있다.

참고로 장작불에 구우면 연기가 많이 난다고 하여 최근에는 가스를 이용하여 개량시킨 석화구이집이 많이 늘고 있다.

옛부터 굴은 영양소의 보고로서, '바다의 우유'라 하여 우수한 영양식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굴은 우유와 같이 영양분을 균형있게 함유하기 때문에 영양적인 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

또한 굴은 다른 패류와는 달리 조직이 부드럽고, 소화 흡수가 잘되므로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유아나 어린이, 노인 및 병약자에 이르기까지 이용이 가능하므로 우유에 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굴을 섭취하기 시작한 것은 유사이전으로 보이나, 동양인 보다 서양인이 더 좋아하고 일찍부터 애용한 것 같다.

굴에는 글리코겐과 미량영양소인 아연(Zn)이 많은데, 글리코겐은 에너지의 원천으로서, 아연은 정액중에도 다량 존재하여 성호르몬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굴을 최음성 식품으로 간주하고 있다.

서양인에는 수산물을 날것으로 먹지 않는데, 굴만은 예외적으로 날것을 즐겨 섭취하고 있다. 때문에 전체 수산물의 생산량에서 굴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높다.

올 겨울, 아직은 때가 묻지 않아 빛바랜 가족사진처럼 정겹게 다가오는 한적한 정남진 바닷가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석화구이집에 가서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도 섭취하고 가슴 가득 사랑을 담아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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