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원작 '벌레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이창동 감독의 영화<밀양>이 지난 3월 17일 저녁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2회 홍콩국제영화제 개막행사인 제2회 아시안필름어워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전도연), 작품상 감독상 등 3개부분을 석권했다.

지난 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예술적 성과물로 인정받았던 <밀양> 지난 해 5월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전도연)을 받은 데 이어, 지난 해 12월 제6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예술영화로서 성과를 드높였던 작품이었다.

당시 이창동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밀양>은 이청준 선생이 쓰신 ‘벌레이야기’가 없었으면 만들지 못했을 영화다"라고 말하고, 암으로 투병중인 이청준 선생에 대해 "아무쪼록 빨리 병고를 이겨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밀양>은 소설 '벌레 이야기'에서처럼, 처참하게 아이를 잃은 한 영혼(알암의 엄마)의 궤적을 집요하게 그리고 있다. 평범했던 한 영혼의 존엄성이 짓밟히는 과정, 절대자와 대면하는 과정, 아이의 죽음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과정, 범인을 용서하고자 하지만 용서할 권리마저 절대자에게 박탈당하자 배신감에 치를 떠는 과정을 통해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냐”고 물어온다.

<밀양> 의 원작 '벌레 이야기'는 용서에 관한, 우리 시대의 가장 처절하고 아픈 소설이다.

1985년도에 발표된 이 단편은,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남는 소설의 전범을 보여주는 고전과도 같은 작품으로 이청준 선생을 한국 문단의 가장 지성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작품 중의 하나이다.

'벌레 이야기'는 아이의 유괴와 살인이라는 사회적이고도 묵직한 소재를 통해, 용서와 구원,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질문한다.“신의 사랑 앞에 사람은 무엇인가. 인간의 존엄과 권리란 무엇인가. 이 소설은 사람의 편에서 나름대로 그것을 생각하고 사람의 이름으로 그 의문을 되새겨본”(작가 서문 중에서) 소설이다. 이청준은 특유의 철학적이고 집요한 시선과 문체로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한갓 벌레로 전락하는지를, 절대자 앞에서 어디까지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묻고 기록했다.


영화 '밀양'의 원작인 이청준의 '벌레이야기'가 '밀양: 벌에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됐다.

한편, 지난 해 이 소설은 영화<밀양>의 개봉에 즈음, <밀양: 벌레이야기>(열림원.2007.05)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되기도 했다.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밀양>과 관련, 새로운 독자들을 위해 다시 선보이는 만큼, 이 소설은 소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이미지와 결합했다.즉 <밀양: 벌레 이야기>에는 네거티브필름과도 같은 다양한 이미지들을 함께 실린 것이다.이 이미지들은 텍스트를 확장시키며 한 아이가 사라져가는 과정과 아이의 사라짐으로 인해 남은 자들이 겪는 극심한 고통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삽화를 담당한 최규석은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을 수상한 바 있는 만화계의 촉망받는 젊은 만화가로, ‘적발’하고 ‘고발’하는 듯한 선 굵은 삽화를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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