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승우(49. 관산읍 신동리 출신)가 산문집 <소설을 살다>(마음산책. 2008)를 냈다.

2006년 출간된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마음산책)에 이은 두 번째 창작노트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 책에는 소설가로서의 삶과 관련된 글들이 모여 있다. 내가 쓴 소설 작품에 얽힌 사연들과 내 시대의 문학에 대한 소회와 읽어온 소설들에 대한 단편적인 감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심각한 글도 있고 가벼운 글도 있다. 자의식이 지나쳐서 조금 불편한 글도 있고, 소설이 아닌 데도 어쩐지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은 글도 있다. 실은 그런 글도 좀 불편하다.꾀 오래 전에 쓴 글도 있고 아주 최근에 쓴 글도 있다. 내 소설을 이해하는 데 약간이나마 도움을 줄 것 같지만, 어떤 글은 오히려 혼란을 줄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도움이든 혼란이든 대단한 것은 아닐 테고,그래서 안심이다"고 적고 있다.

작가의 변처럼 이 책에는 작가의 삶과 소설 쓰기, 그리고 작가가 읽은 소설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담고 있다.

1부 '소설 안 소설 쓰기'에는 소설을 왜 쓰는지, 데뷔작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소재는 어떻게 고르고 숙성시키는지, 창작에 집중할 때 어려움은 무엇인지 등 창작 전반의 과정과 창작 과정에서 겪는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등단작 ‘에리직톤의 초상’(1981), 대표 장편 <생의 이면>(1992) <식물들의 사생활>(2000) <그곳이 어디든>(2007)과 몇몇 단편의 집필 배경을 창작 연대기 순으로 서술한다. 등단작은 이씨가 신학대 휴학생으로 결핵 요양을 하던 때 일어난 교황 저격 사건에 감흥 받아 쓴 중편이다.

여기서 작가는 “나는 낮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으면 잠을 잔다. 밤에 사용할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다. -중략- 나는 현관에 신문이 떨어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책상에서 일어난다. 어떤 때는 내가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는 것이 이 신문들을 기다리기 위해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지막 신문이 툭 소리를 내며 집 안으로 들어오면 나는 그만 작업대를 거둔다.” 등으로 자신의 소소한 습관에 대한 고백도 표현하고 있다.

또 "소설이 될 만한 그럴듯한 생각이나 이미지, 이른바 모티브가 될 만한 것이 지나가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 그것은 뒤지는 일을 소홀히 하거나 소홀해진 상태에 관대해졌다는 뜻이니, 타성으로 쓰는 글쓰기를 경계할 것! 관성의 유혹에 저항할 것! 자궁 속으로 들어갈 것! 거기서 헤맬 것!” 등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자세, 자신의 인생을 지배해 온 소설쓰기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준다.

1부 중 몇 편은 작가가 서문에서 밝힌 '내 시대의 문학에 대한 소회'에 대한 글들이 인상적이다. 90년대 도래한 새로운 문학 조류 속에서 느꼈던 곤혹을 회고한 몇몇 글이 인상적이다.

감각과 욕망이 앞서고 반성과 성찰이 밀리는 문학적 지각 변동을 겪으며 작가는 “새로운 물결을 타지 못해 익사할 거라고 생각했다.” 고 회고하고, 이런 지각변동시대에 불안과 동요를 견디게 한 것은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는 계명에 따라 나는 지작변동이 만들어낸 봉우리에 애써 둔감해지지로 했다.-중략 - 나는 나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세계, 오직 나만 알고 있는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나의 작은, 그러나 전체인 세계에 집중하기로 했다"면서 그 지각변동의 시대를 극복했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어지는 2부 '소설 밖-소설 읽기'에는 프카의 작품을 비롯해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미셸 투르니에의 '예찬', 이스마일 카다레의 '부서진 사월' 등 작가의 폭넓은 독서에 대한 생각을 전해주고 있다.

이 산문집은 모든 작가 지망생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자 창작열을 불태우는 사람들이 새겨둘 만한 사색으로 충만해 있다.

한편으로 이 산문집은 우리 시대 가장 믿음직한 중견 작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는 이승우 작가의 문학적 이력과 사유, 심중에 품고 있는 작가의 사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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