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부터 장흥의 남해연안에는 갑오징어가 잡히고 있어, 장흥의 여러 식당에서 갑오징어를 맛볼 수 있다. 장흥을 비롯 남해안 등지에서는 갑오징어를 먹물갑오징어로 먹는다. 읍내 한 횟집인 '싱싱횟집'에서는 먹물 갑오징어 후식으로 나오는 밥도 갑오징어 먹물로 비벼낸 검은 밥이었다. 그 먹물밥은 처음 먹어본 밥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회진의 어느 횟집에서 갑오징어를 먹었고, 먹물밥에 대해서 얘기하자, 그 먹물밥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되레 터무니없다는 식이었다.

장흥횟집에서의 먹물밥은 아마 항암효과가 뛰어난 오징어 먹물로 만든 웰빙 요리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밥도 먹물 밥으로 차려낸 것으로 보였다.
그후 최근 들어 오징어가 웰빙에 따른 블랙푸드 열풍으로 미식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호텔 등에서도 먹물요리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테면,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징어 먹물로 만든 웰빙 요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예컨대 강원도 동해시 같은 경우는 오징어 먹물밥을 개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오징어 먹물은 검정색이고, 이 검정색은 요리에서 금기시돼 왔다. 즉 식음료에서 검정색은 식감을 떨어뜨린다는 이유 때문에 대체로 천시받았다. 호텔 주방장이나 요리 연구가들도 검정색은 요리 스타일을 구긴다는 이유로 잘 사용하지 않았다. 또 검정색의 그릇도 요리 데코를 흡수해 시선을 빼앗긴며 사용하지 않았다. 이른바 검정색은 식음료에서 금기시되던 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블랙푸드(black food), 이른바 '검정색 식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웰빙 바람과 건강 선호 추세에 의해, 검정색 요리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항암효과가 뛰어난 오징어먹물 때문임은 당연하다.

실제로 과학적으로 오징어 먹물의 효용성이 밝혀지기 전인 예전에도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검은색 요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찍이 이탈리아에선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라는 음식이 있었고, 스페인등 남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오징어 먹물을 각종 요리에 이용하여 독특한 풍미를 즐겼다고 한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갑오징어 먹물은 정력증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었다. 토마토와 해산물을 열심히 먹으면 70세에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믿는 이탈리아인 사이에는 갑오징어의 먹물이 정력증강 간장보호에 효험이 있으며 특히 여성 건강에 좋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고 한다.
오징어먹물 요리개발의 급신장은 오징어 먹물이 과학적으로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일본 가가와대학 오쿠타니 교수는 오징어갑골에서 항암 물질을 추출하여 복수암 세포에 투여한 결과 암세포 성장률이 40~55%까지 억제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1995년 7월 일본 아오모리 산업기술개발센터에서도 오징어 먹물로부터 분리한 항종양 활성성분은 콘드로이틴황산과 같은 뮤코다당류의 일종인 일렉신이라고 밝혀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5월 부경대학교 대연캠퍼스 수산과학대학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제2회 수산 공개강좌에서 '수산물 고기능 약재 풍부 노화방지'라는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주요 내용 중 하나가, 암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식품 54종으로 오징어먹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오징어 먹물이 항암효과에 탁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식제품 개발붐이 일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오징어 먹물로부터 추출한 물질이 항암, 항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TV등 언론에 보도된 뒤, 오징어먹물 소스, 이태리 파스타 소스, 오징어 먹물 카레, 포테토칩 오징어 먹물맛, 프루우트 캔디, 오징어 먹물 스낵 등 각종 오징어 먹물 요리에 이어 오징어 먹물을 첨가한 피자, 빵, 라면, 국수 등이 잇따라 개발될 정도로 새로운 식품제품개발 붐이 일 정도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오징어 먹물을 첨가한 스낵이 시판되고 있는 중이고, 호텔이며 고급식당가에서도 오징어 먹물 요리 개발에 한창이라고 한다.

그 동안 알려진 오징어 먹물의 생리작용으로는 방부 작용 및 위액 분비 촉진 작용이 있으며 우리나라 어촌에서도 치질 치료의 민간요법에 이용되기도 하였다.
또한 먹물 죽을 쑤어 숙취 해장용으로 먹기도 하고 여름에 즐긴곤 했다고 한다. 정력보강 음식으로 사랑받는 오징어먹물 리조토는 쌀에 오징어먹물원액, 새우, 한치, 올리브유 등을 넣어 끓인 뒤, 파마잔 치즈를 얹어 마무리한 요리라면서 먹물 죽을 쑤어 숙취 해장용으로 먹기도 하며 적포주와 함께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갑오징어철에 갑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오징어 먹물로 만든 장흥특미’를 개발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갑오징어를 쪄먹는 데서 벗어나, 먹물밥도 만들고 먹물국수, 오징어 먹물탕, 오징어 먹물튀김, 오징어 먹물회초밥, 오징어먹물볶음밥 등 얼마든지 가능할 법 하지 않는가.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