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진 물 축제가 치러지기 몇 년 전, 누군가 탐진강에 여름 밤에 빛과 물 축제를 개최하면, 여름 밤에 전남도며 전국의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다고 주장한 일이 있었다.(당시 이 내용이 본지에 대서특필됐다). 이때 그는 빛의 축제를 대만 타이페이나 진주의 유등축제등을 벤취마킹하여 장흥 고유의 빛과 물 축제를 치르면 된다고 주장했었다.이때 필자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즉석에서, 여기에 더해 장흥 탐진강을 둘러싸고 산들 이를테면 장원봉이며 억불산이며 사자산, 제암산 기슭에 조명을 설치, 도깨비불을 재현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힌 일이 있었다. ...그 후로 3년쯤인가 물 축제가 기획되었고, 2008년 여름에 탐진강변에 정남진 물 축제가 치러지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남진 물 축제- 한여름 낮에 수많은 관광객을 모으며, 국내 여름대표축제로 자리매김 되고 있긴 하지만, 축제의 콘테츠 결여로 세계적인 축제로 나아가는 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밤이면, 중앙무대에서 가요판이 펼쳐지며 국내 수많은 축제의 아류나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발전적 가능성이 닫혀 있다.
필자는 지금도 정남진 물 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물 축제만이 갖는 콘텐츠가 필요하며, 그 콘텐츠는 밤에 물 위에서 치러지는 빛과 어울어진 빛+물의 축제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번 중국여행에서 생각이 달라졌다. 즉 이번에 계림의 양삭 이강에서 치러진 ‘인상 유삼저’와 항주에서 치러진 ‘인상 서호’를 보며, 이전에는 막연히 생각만 했던 ‘물+빛 축제’에 가무(歌舞)를 결합한 축제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물의 축제. 물은 장흥이 가진 천혜의 자원이므로 너무나 당연한 기본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거의 모든 문화축제에서 빛과 전통문화는 그 축제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기본이며 핵이다. 그런데 우선 물은 동적(動的)이지만 빛과 대비하면 빛이 동적이고 물은 정적(靜的)이다. 하여 정적인 물에 동적인 빛을 결합하여 축제의 기본 테마로 치르면 더할 나위 없는 예술성과 세계성을 지닐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전통문화인 가무를 접목한다면, 일단 세계적인 축제로서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기본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물+빛+가무’ 축제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어떤 구상으로 예술성 있는 콘텐츠로 승화시키느냐의 숙제가 남을 뿐이다.
우리는 ‘물+빛+가무’ 축제의 세계적인 성공을 바로 계림의 ‘인상 유삼저’와 항주의 ‘인상 서호’였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를 벤취마킹 할 필요가 있다. 벤치마킹은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다. 원본을 각색하고 제구성하여 이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도 지닌다. 그러므로 ‘인상 유삼저’ ‘인상 서호’ 등의 축제들을 훨씬 뛰어넘는 전략과 구상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인상 유삼저’가 드넓게 펼쳐진 강과 12개 기암 기봉을 무대로 한 공연 연출이라면 ‘인상 서호’는 장흥중고 운동장 보다 조금 커 보이는 작은 호수, 즉 저수지 같이 닫힌 호수에서 연출되는 수상 공연이다.
양삭에서는 600명의 소수민족들이 출연하며, 주제는 유씨네 셋째 딸이 지주들의 유혹을 이겨내고, 사랑하는 목동과 결혼한다는 내용인 이 지역의 ‘유삼저 설화’를 바탕으로 장족(壯族)과 묘족(苗族) 등 소수민족의 문화를 화려하게 보여주는 수상 뮤지칼이다.

즉 ‘인상 유삼저’는 계림과 이강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들의 다양한 문화와 전설, 그리고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화려하고 웅장한 대형 야외공연의 장관을 연출, 오지의 도시를 지역 정체성에 기초한 진정한 문화관광 도시로 변모시킨 것이다.

항주에서는 400명의 지역민들이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밤에 공연에 참가한다고 한다. 항주 역시 항주의 대표적인 전설인 ‘백사(白蛇)전’을 주제로 만남, 사랑, 이별, 추억 등을 노래하며 춤추고 군무하며 빛(레이선 광선)과 함께 웅장, 화려하게 펼쳐지는 수상공연이다.

갇힌 무대이므로 양삭보다 세련미와 예술성이 더 돋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문화와의 결합이다. 어떤 변형도 지역문화의 뿌리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며 지역 정체성을 강조한 소위 ‘인상 시리즈’를 만든 장예모 감독은 세상에 오직 한 곳, 그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시간여행의 시작을 강변에, 호수에, 수상무대를 만들고 빛(레이저)과 결합하고 거기에 각각 전통문화와 지역의 설화 등을 바탕으로 화려하고 웅장하고 감동적인 시간여행을 여는 것으로 공연무대를 꾸며, 21세기 새로운 공연예술무대를 창출해낸 것이다.

최근 관산읍 지역에서는 천관산 자락 ‘신의 세트장’에 저수지를 만들어 ‘인상 서호’ 같은 수상 공연무대를 만들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항주 ‘인상서호’나 양삭의 ‘인상 유삼제’를 벤취마킹한 것일 게다. 이 여론이 성사된다면, 이 수상공연이 정남진 물 축제의 중요한 콘텐츠로 탐진강변에서도 재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통문화와의 결합이 문제일 터인데, 통일신라의 보림사(승무), 고려시대의 공예태후, 조선조의 탐진강의 정자문화, 신청, 조선 말의 서편제 등의 향맥을 잇는 가무를 재현해낸다면 훌륭한 전통가무가 되어 ‘물+빛+ 전통문화’ 축제에서 장흥의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새로이 탄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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