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수도권 모 조합 임원이 내게 ‘장흥 무산김 800속’을 주문하며 가격조정이 되는 지 물어왔다. 조합원 총회 때 설 선물로 ‘장흥 무산김’을 선정했단다.일부 임원들이 “왜 무산김이냐, 가격도 비싸 예산에 맞지 않는다, 이전처럼 보통 김으로 하자”고 항의했으나, 자기가 즐겨 먹고 있는 무산 김을 고집했단다. 다만 가격대가 맞을지 염려되기도 해, 가격 조정이 가능하냐며, 내게 물어온 것이다. (아직도 장흥무산김에 대한 홍보가 절실하다는 점이 요구되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장흥에선 무산김을 생산하는 손길이 분주한 것은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왜 무산(無酸) 김이냐? 말 그대로 산(酸)을 사용하지 않아 산이 없는 김이라는 뜻이다.그렇다면 일반 김은 왜 산 처리를 하느냐.

김 양식은 우리나라의 서해와 남해에서 이루어진다. 김은 씨앗(포자)을 김발에 붙여 바닷물 속에서 키운다. 이게 김 양식이다. 한데 자연 상태에서 자라기는 하지만 자연산 김은 없다. 김 양식은 두 가지다. 수심이 얕고 밀물과 썰물의 차가 큰 바다에서는 지주식을, 바다가 깊고 조수간만의 차가 작은 바다에서는 부유식을 한다. 지주식은 전통적인 김양식이고 부유식은 개량방식이다.

부유식 김은 지주식 김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주식은 간조 때 김발이 물 밖으로 노출되어 햇볕과 바람을 맞게 하여 자연상태에 가까운 조건을 형성해주기 때문에 맛이 깊다는 것이다.장흥에는 부유식이 많치만 타지와 달리 독특하다. 즉 부유식 김 양식법을 사용하지만김 발을 물 밖으로 노출시키는, 이른바 지주식 방식도 혼용하기 때문이다.김양식에서 지주식이든 부유식이든 양식 과정에서 미역, 매생이, 감태 등 각종의 ‘잡조류’가 부착되기 마련. 해서 이 잡조류를 제거하기 위해 산을 뿌린다. 농사로 치면 농약이다. 염산을 치다가 크게 말썽이 일어 이제는 거의 유기산으로 바꾸었다.

장흥의 김 양식에서는 유기산조차 쓰지 않는다. 부유식으로 김을 생산하지만, 바다에 떠 있는 김발을 수시로 뒤집어 공기 중에 노출함으로써 ‘잡조류’의 부착이나 잡태 및 갯병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 햇볕과 바람을 이기지만 ‘잡조류’는 죽기 마련이고 이를 위해 장흥에서는 평균 4일에 한 번씩 김발 뒤집어주기 작업을 한다. 새벽에 나가 공기 중에 노출되도록 뒤집었다가 오후에 다시 바닷물 속으로 집어넣는 뒤집기 작업을 계속한다.
이렇게 하여 산을 뿌리는 것보다 인력과 배 기름 값이 더 들긴 하지만, 이처럼 산 처리를 하지 않아 장흥의 김은 무산김이 된 것이다.

미식가들은 요즘 김에는 예전의 그 맛과 향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다.진짜 미식가들은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맛김’에 입맛이 길들여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좋은 김은 불에 굽기만 하면 향이 잘 살아나는데 비해 기름을 바르고 소금 치고 하여 향을 다 죽인 상태에서 김을 먹는다는 것이다. 하여 좋은 김과 나쁜 김의 구별이 생기지 않다고도 한다.

예전 어머니들은 밥상을 차리면서 김을 그 자리에서 바로 구워 내 간장에 찍어 먹어 김이 맛있었지만, 요즘에는 맛김에 길들여져 천연의 김 맛이 없어졌다는 지적인 셈이다.무산김은 맛에서도 깊은 향과 바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하여 한 번 무산김을 맛본 사람들은 다른 일반 김은 찾지 않고 무산김만 찾는다. 장흥 무산김이 일반 김보다 향도 깊고 맛도 깊은 것은 당연하다. 김발을 자연의 햇빛과 해풍에 노출시켜 잡태와 갯병을 제거하는 ‘자연 친화적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김 고유의 향과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셈이다.
이처럼 산 처리하진 않은 무산김은 장흥에서만 생산되며 ‘무산김’이란 '최고 김'으로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2013년 8월 21일 소비자고발로 KBS2와 MBC에서 장흥 무산김을 집중 조명한 바 있었다.
이때 KBS2는 현장 취재 결과 장흥 무산김은 산을 쓰지 않는 ‘자연 그대로 방식으로 생산되는 무공해 김이라고 결론을 내렸으며, MBC에서는 김의 ‘음용수 사용편’을 집중 조명하면서 대부분의 김 공장들이 김 가공에서 사용하는 세척수가 음용수 기준에 부적합한 물을 사용하지만, 장흥 무산김의 생산 공장에서는 보건환경연구원의 음용수 기준에 적합한 음용수를 사용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 무산 김의 신뢰성을 확보해주기도 했다.

또 지난 2013년 3월 8일, 채널A의 ‘먹거리X파일’(57회) 에선 “친환경 양식 선언! 장흥의 무산 착한 김을 찾다”라는 내용으로 무산 김에 대한 방영이 있었다. 이 보도에서도 장흥 무산김은, 염산을 쓰지않고 햇볕과 바람, 정성으로 만들어진 착한 김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장흥에서 무산김을 가공하는 공장은 00개에 이르며, 모든 공장에서 ‘무산김’이라는 상표로 상품을 내놓는다. 우리는 장흥산 모든 김은 장흥해역에 생산한 무산 김으로 가공된 것으로 믿고 싶다. 그러나 들리는 바에 의하면, 최소 한두 군데에서는 해남, 고흥 등 타지 해역에서 생산된 김을 가져와 무산김으로 가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흥무산 김을 지키려는 군민들의 의식과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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