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과의 다년생풀인 억새는 한반도 전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천관산의 억새는 팔도를 통틀어 강원도 민둥산, 유명산과 어깨를 견주며 이미 명품 반열에 올라있다. 천관산이 억새 명산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단순히 억새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석같은 기암들이 널렸고, 그 뒤에 크고 작은 섬들을 끌어안은 쪽빛 바다(다도해)가 배경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산 정상 능선에 오르면 서면 남쪽과 동쪽으로 다도해의 아름다운 경치가 그림처럼 펼쳐지며 날씨가 좋을 때는 바다 건너 한라산까지 보인다.

바닷바람이 거센 만큼 억새는 겨우 무릎에 닿을 정도로 키가 작은 것이 특색. 정상인 연대봉에서 구정봉까지 능선을 따라 10리 길이 억새로 넘실댄다.

지난 10월 4일, 억새제가 열리는 날 새벽에 천관산에 올랐다. 정상에 올라서니 마악 다도해 섬들 위로 해가 솟고 있었다. 득량 바다를 안은 일출의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카메라로 일출을 담고 스마트폰으로도 담아 바로 페이스북에 게시하자마자, ‘지금 kbs2 방송국에서 천관산 일출을 방영하고 있다’ 면서 ‘더 더욱 장관’이라는 대답들이 연이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억새가 예년처럼 무성하지 못하다는 느낌이었다. 아니 실제로 최근 들어 억새 능선의 억새가 많이 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억새를 가꾸지 않아서이고, 이에 따라 최 근년 들며 더욱 무성해진 잡목, 잡초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억새 능선의 억새 살리기, 억새 관리가 절실해지고 있다.
억새밭 확장을 위해서는 억새를 태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억새를 태우면, 잡초 중에서 억새가 가장 빨리 돋기 때문에 억새의 생육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천관산의 경우, 억새 태우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역시 억새 명산으로 유명한 창녕군 화왕산도 억새 태우기로 억새를 육성했던 이력이 있다. 그러나 2009년 1월 화왕산 정상에서 억새 태우기 행사로 불길이 크게 번지면서 관광객 4명이 불을 피하려다 추락하거나 질식해 사망하고 50여 명이 다친 이후, 억새 태우기 행사는 중지하고 있다고 한다.

천관산은 지심이 화강암지대여서 지표면이 얕아 억새를 태우면 지심이 다 타버려 억새 생육에 지장을 준다고 한다. 또 국유림이어서 억새 태우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한다.
하여 천관산 억새 보호 육성은 가꾸기 등 관리가 최선이라는 것이다.

천관산 억새 가꾸기에 전념, 오늘날 천관산을 억새 명산으로 만드는데 그 산파역을 했던 군청 한 공무원의 증언에 따르면, 해마다 억새 능선에 잡목도 제거하고, 관산고등학생들 봉사활동을 활용해서 억새능선에 퇴비도 주고, 헬기로 비료도 뿌리면서 억새 능선을 관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환경 운동가들이 인위적으로 억새밭을 조성하는 일이라고 반대하는 등의 이유로 지금은 수년째 억새 가꾸기가 중지된 상태여서, 갈수록 억새밭이 부실해지면서 억새도 줄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자연적으로, 조성되는 억새밭. 그것이야말로 생태학적으로 최선일 것이다. 또 그래야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 걸음 밖으로 나와 생각을 해봐야 한다.

천관산 억새는 이미 전국적인 명소가 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하나의 장흥 관광자원이 되었고 그리하여 관광문화가 되었다는 뜻이다. 관광자원은 천연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연적이고 생태적인 요소에 적절한 현대적인 인공을 가미해야 관광자원으로서 우월성을 갖는다. 특히 요즘 경쟁력 있는 관광문화는 더욱 그러하다.
이대로 계속 놓아두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억새 능선은 고사되고 말 것이다.
하여 인위적인 힘을 가해서라도, 그것이 가능하다면, 억새능선을 더 풍요롭게 할 수단이 필요하다면, 그 일을 우리가 바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살벌한 그 천관산 능선에, 달리 무슨 특별한 수종을 가꾸는 일등 다른 대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오래 전부터 억새가 여기저기 피어나기 시작했고, 군데 군데 무리지어, 가을이면 볼만한 풍경을 연출했다. 거기까지는 생태적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사람들이 퇴비를 주고, 억새밭 사이사이 필요 없는 잡목이며, 잡초들을 제거하면서 억새의 번식과 생육을 도왔다. 그러는 과정에 해가 거듭할수록 억새 평원이 확장되고, 억새가 더 무성해지며, 천관산의 가을은 억새평원으로 이름을 떨치며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 억새가 줄어들고 있다. 잡목도 다시 무성해지고 있다.
이전의 억새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더 많은 관광객들을 맞아들이기 위해 억새 능선의 관리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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