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특구 포럼이 성료됐다. 이번 행사에서도 확인했듯, 우리는 국내 유일의 문학기행관광 특구라는데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 장흥군이 한국문학특구가 될 만큼 문학자원이 넘쳐나곤 있지만 과연 실제적으로 그러한가에 대해 우리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월 7일 고흥에서 고흥군이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송수권 시문학상’이 시상식을 가져다. 대상엔 3천만원, 우수상 2인에게 각각 1천만원, 장려상 2인에게 각각 5백만원의 상금이 지급된 제법 규모가 큰 상이다. 생존 시인의 이름을 단 문학상 제정이 아예 터무니없는 일만은 아니다. 편운 조병화(1921~2003) 시인도 생전인 1991년부터 시상을 한 편운문학상 같은 선례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문단 일각에선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이며 부적절한 사례로 보고 있다. 이 상도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흥지역 문인 모임인 고흥문학회가 “적절치 않다”며 상의 철회를 요구하는 민원을 고흥군에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흥군은 송수권 시문학상을 제정, 시행했다. 고흥군의 문학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문학고을’이라고 자랑하지만 문학상 하나 없으며, 더구나 문학관 하나도 없으며,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됐다면서 해마다 한국문학특구포럼을 개최하지만 그 예산마저 고작 6천만원에 불과하다.
과연, 장흥문학에 대해 장흥군 의회나 장흥군 수장이 당당히 할 말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어느 지자체는 생존 문인마저 1억원 규모의 상을 만들어 자기 고장의 이미지를 제고하려고 기 쓰는 마당이다.

그런데 이미 고인이 된 이청준이 올해로 7주년을 넘겼는데도 우리 군 자체가 아예 문학상 제정 같은 것은 고사하고, 문학관 건립 주도권마저 어느 문학단체에 넘겨버렸는데, 이런 상황에서 장흥군이 ‘문학고을’ 이라고 당당하게 자랑하고 자부할 수 있는가.

고작 중견 시인에 불과한 어느 시인의 생존 문학상까지 제정한 고흥군의 문학행정이야 조금 지나치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실은 고흥군뿐이 아니라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문학관’ 조성 등이 문화관광으로 이어진다 하여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가 조정래의 경우, 전북 김제의 아리랑 문학관(2003), 보성 벌교의 태백산맥 문학관(2008)년 등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문학관이 그의 살아 생전에 두 개 씩이나 세워졌다. 수원시도 지금 ‘고은문학관'을 지금 추진 중이다. 고인된 문인들의 문학관이야 전국에 넘쳐나지만, 이를 넘어 이제는 생존 문인의 문학관도 추진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한국의 문학관 대부분이 2000년대 이후 건립되었다. 이런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김유정문학관’ ‘만해의 집’ 등 몇몇 문학관들은 한 해 10만-1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면서 인기 문학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추세 때문에 지자체들이 문학관 건립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지역의 대표문인을 성급하게 자기 고장에 소속시키느라 문학관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경우도 었었다. 대표적인 예로 통영시와 거제시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유치환 논쟁’이다. 출생지가 불분명한 유치환을 두고 통영시와 거제시는 서로 연고를 주장하며 각각의 지역에 문학관을 건립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장흥은 어떠한가. 문학관이 하나도 없다. 유명 문인이 없어서가 아니다. 타 지자체에선 샘이 날만큼 넘치고도 남는다. 그런데 이러한 장흥에 왜 문학관 하나 없는 걸까.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군민들의 무관심, 집행부 쪽의 무관심이 그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장흥군에도 이미 가사문학관, 김녹촌문학관, 이청준 문학관 정도는 세워져 있어야 한다. 물론 일찌기 국립문학관 건립이 추진되기도 했다. 또 어느 군수는 어느 한곳에 ‘장흥문학관’이라는 이름으로 이청준 송기숙 한승원 등을 한데 모은 문학관추진을 구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청준문학관마저 어느 출판사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더욱 그 실현 여부가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번 ‘보성소리축제’가 성대히 열렸다. 그동안 장흥과 ‘서편제 본향’으로서 대립해 온 그 소리축제에 상당수 장흥인들도 참관했다고 한다. 5억5천여 만원 예산으로 치러진 그 축제 현장에서 고작 1억6천여 만원의 예산으로 치러진 장흥의 전국가무악제전을 예산이 없다며, ‘폐지’에 찬성한 몇몇 분들도 참관한 것으로 아는데, 그분들이 그 현장에서 과연 무엇을 생각했을지 묻고 싶어진다.

문화, 문학에 대한 장흥의 그 높으신 분들의 관심과 생각은 이렇다.
문학관 하나 없는 장흥, 문학상 제정은 꿈도 못꾸는 장흥- 다시는 ‘문학고을’이라고 주장도, 자랑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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