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되 시집이 아닌 세설집細說輯 등을 펴내 온 김창윤 시인이 이번에는 만화집漫話集 ‘한강은 흐른다’를 펴냈다(도서출판 서라벌문예.135쪽. 값 10,000)
시詩와 시집의 형태를 빌려 펴낸, 자칭 ‘넘쳐흐를 정도로 질펀한 이야기’라는 뜻의 만화집漫話輯이라고 표지에 표기한 이 책은 기실 김 시인이 삶과 세상, 현실을 신란하게 비판하고 풍자하며 민초의 삶의 애환을 읊은 시들을 모은 시집이다.

이번에 만화집漫話輯에 발표한 시들은, 마치 '한평생 술이나 얻어먹고 돌아다니며 당대를 부정하고 비판한 시를 썼던 거지 시인'으로 알려졌지만, 기실 선시인禪詩人이었던 김병연(김삿갓)의 시들을 떠 올리게 하고 있다.

실제로 홀로 귀향하여, 안양면 삼비산 자락의 신촌마을에서 오로지 술과 벗하며 고독하게 살고 있는 김창윤 시인의 현실이, 마치 민초 속에 섞여 상류사회를 비판, 풍자하는 시를 짓고 재치와 해학으로 서민의 애환을 읊으며 한평생을 술에 취한 채 살았던 김병연 시인을 떠 올리게 한다.

김창윤의 ‘한강은 흐른다’의 시들은 기존 시의 구조와 문법과 형식을 초월한 선시적禪詩的인 시들이다. 따라서 그의 모든시들은 선미禪味가 넘쳐나는 시들로, 이번 시집으로 김창윤 시인은 그 나름의 독보적 선시의 세계를 이루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시집은 ‘1부 한강은 흐른다’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를 주제로 ‘최태민’, ‘박통의 부활’ ‘기춘 대원군’, ‘그 이름 우병우’ 등 30편을, ‘2부 대통령 열전’에서는 ‘초대 이승만’, ‘물태우’ ‘쥐박이 명박이’ 등 10편을, 3부 ‘노년의 일기’에서는 ‘술잔’ 등 시인 자신의 삶의 현실과 세상을 풍자적으로 들여다보는 시 12편을 싣고 있다.
잡서 같기도 한, 낙서 같기도 한 김 시인이 모은 만화漫話들은 그가 시집 표지에 새긴 “우리를/술/푸게 하는 세상/그래도 한강은 흐른다”의 시처럼 시인의 아픈 삶의 현실, 빗나간 세상 등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성찰하게 만든다.

김창윤 시인은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월간 ‘시문학’에서 문덕수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이후 대기업체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김 시인은 15년전에 귀향, 안양면 신촌리에서 칩거하며, ‘세설집細說輯-조산왕조 사람들’과 ‘世說輯 부처를 죽이고 부처가 되라’를 펴내기도 했다.

특히 선禪의 입문서라고도 할 수 있는 ‘부처를 죽이고 부처가 되라’는 책은 한국불교의 선禪의 역사를 바탕으로 고승들의 삶과 그들의 선문답禪問答을 소개하고, 저자의 해박한 선禪지식으로 이에 대한 풀이를 상세하게 알려줌으로써 불교의 참된 진리를 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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