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대구시 남구청은 구민체육광장에서 전통 제례 방식의 물 고유제를 열었다. 이날 고유제는 앞산 맑은 약수물을 2명의 아낙네가 물동이로 길어 물을 상징하는 깃발 및 농악대와 함께 고유제가 열리는 장소까지 행진해 들어와 이 물동이를 남자 2명이 받아들고 제단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어 농악단의 흥겨운 한마당과 더불어 본격적인 고유제가 시작되며, 남구청장 및 남구의원, 시민환경단체장들이 축문과 함께 차례로 잔을 올리고 다 같이 앞산의 맑은 약수물을 시음한 뒤 하천정화 활동에 나서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또 달성군은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물의 날인 3월 22일부터 5일간 물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물의 소중함을 알리는 공익프로그램 ‘물 절약 다짐 캠페인’, ‘물 사랑 펠트가습기 만들기’ 등이 열렸으며, 물 절약 다짐 캠페인에 참가하면 해외의 오염된 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물 정수필터 등이 포함된 워터키트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으며, 대구문인협회가 주최하는 ‘물을 주제로 한 시화전’도 선보인 바 있다.
정남진 물 축제는 말 그대로 물을 주제로 한 축제이다. 그런데 해마다 치르는 축제이긴 하지만 물 주제의 프로그램이 별로이다.

축제는 아니지만 물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고유제를 치른 대구시 남구청이나 달성군의 물 관련 프로그램을 ‘정남진 물 축제’ 추진위는 새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IT시대에 웬 고유제냐, 할 수 있다.
그런데 물 축제 프로그램을 죄 살펴보자.
살수대첩 거리퍼레이드, 지상최대의 물싸움, 맨손물고기 잡기, 야간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풀파티 등 무대에서의 갖은 공연... 죄 현대적 개념의 프로그램 뿐이다.
장흥군은 득량만의 바다, 탐진강, 장흥호 등 수자원이 풍부한 고을이다. 하여 이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한 물 축제가 강변(탐진강)에서 펼쳐지는 물 축제가 탄생될 수 있었다.
그동안 1회 대회 때부터 계속해서 물을 주제로 한 축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콘텐츠로 활용해 오긴 했다. 그런데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프로그램뿐이다.
하여 물 축제의 고유하고 독특하며 보다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고유제 봉행을 요구하는 것은, 장흥군이 역사적으로 인근의 지자체와 차별화된 전통을 갖고 있어서이다.
우리는 누구나 문림의향文林義鄕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여기서 문림은 조선조 장흥이 가사문학으로 부흥되었기 때문에 불리는 이름이다. 의향은 임진란, 정유재란 등을 맞아 수많은 장흥 선비들이 의병을 일으키거나 참여했기 때문에 불리는 이름이다.

그런데 文林문림은 사실상 유림儒林이고, 사림士林에서 근거한다. 문림, 사림, 유림은 장흥의 전통의 맥이었고, 장흥의 과거 역사의 요체였다.
이러한 장흥의 전통이 오늘날에 이르러 가장 큰 행사에서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물 축제 전반에 걸쳐 장흥의 전통을 살리는 프로그램을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여 이것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형식적이나마 장흥의 전통을 물 축제에 살려내는,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개막식 때나 개막식 이전에 장흥의 역사와 전통을 잇는 일의 하나로 고유제를 치르는 일이다. 고유제를 치른다면 이것이 그마마 장흥 전통의 사림, 유림, 문림의 맥을 잇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유교 전통의식에서 아직도 존재하는 것 중의 하나가 고유제(告由祭)다.
'고유'는 '까닭을 고한다'는 뜻인데, 좋은 일이든 궂은 일이든 그 사유를 종묘나 사당에 알렸는데, 이때 지내는 제사가 바로 고유제였다. 특히 고유제는 민간인들 사이에 크게 성행했다. 풍년을 기원하는 저수지에서, 집을 지은 후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낙성식에서, 마을의 큰 나무를 베어 낼 경우에도 진혼제 형식의 고유제를 치렀다. 벼슬을 받고 장자를 낳고 혼례를 치르고 집과 분묘를 옮길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출입고라 해서 집을 드나들 때마다 행선지를 밝히는 고유제를 지내기도 했다.

이미 전국의 수많은 지역축제에서도 고유제가 축제 개막식 때 치러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도, 특히 문화적 전통이라는 비교우위의 자원이 넘쳐나는 장흥이기에, 장흥에서 치러지는 전국 규모의 큰 축제이기에 더욱 더 가능하다면 전통의 문화를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의 하나로 고유제를 물 축제도 도입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세계적인 축제는 그 나라 그 지역의 전통을 기반으로 한다.
그 지역의 역사와 전통이 그 지역 축제의 주요한 콘텐츠가 되고, 이러한 축제의 성격이 바로 세계적인 축제로서 성공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정남진 물 축제의 개막에서 천지신명과 지역주민에게 물 축제를 알리고 축제 관련 종사자며 축제에 참가하는 모든 지역민과 관광객들의 무사 안전과 축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고유제를 치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남진 물축제에 고유제를 지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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