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문화원은 ‘2017 장흥 전통인문학 문화강좌’의 2강으로 장흥의 신북구석기 유적을 주제로 삼았다. 신북 유적은 사적지화 되어야 하고 유적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신북 구석기 유적 박물관을 조성해야 한다는 이금호 원장의 평소의 지론에 의해, 이번에 인문학 강좌의 주제로 정해진 듯싶었다.

장동 신북리의 구석기 유적 현장을 가 보면, 별로 볼 것이 없다. 발굴 현장은 메워져 있고, 달랑 현장 앞에 ‘이곳이 신북 유적 발굴지였다'는 사실을 전해주는 표지석만 세워져 있을 뿐이다.
유적지에선 무려 3만5천여점의 유물이 출토되었지만, 그 유물들을 유적지 발굴을 책임졌던 조선대학교 박물관 지하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보관되어 있을 뿐이다.

신북 유적은 그 어디에도 전시되어 있지 않으니. 기록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신북 구석기유적 보존회장을 역임했던 김광원 씨는 “지난 2011년 동경에서 개최된 ‘제4회 아시아 구석기 학회’에서 손보기 박사는 신북 유물을 어루만지고 울먹거리며 ‘여기 신북 구석기 유적은 매우 훌륭한 것으로 새로운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이처럼 훌륭한 문화유산이 우리 지역에서 발굴되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 군의 큰 자랑이요 장흥군민의 긍지가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더욱 신북 유적을 제대로 보존하고 그 가치를 빛내야 할 책임과 사명이 있다” 면서 그 방안으로 사적지 지정과 신북구석기 유적 박물관 조성을 주장했다.

신북 구석기 유적 발굴에 앞장섰던 이기길 조선대학교 박물관장도 “신북 유적은 세계사적인 가치를 지지고 있으므로 국가사적으로 지정뿐만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어 가야한다”고 수차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장흥문화원의 ‘2017 장흥 전통인문학 문화강좌’에서 이혜연 대한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관은 유적의 활용으로 유적 복원과 전시관 건립, 교육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정기적인 유적 축제 추진 등을 제시하였다.
그는 대부분 유적지들도 대부분 선사시대 생활상 복원 등 복원 정비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그것이 비록 발굴 후 복토 보존 등 유적의 현상 유지를 위한 것일지라도, 신북 유적도 복원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유적지 정비 계획을 수립하여 유적보존과 함께 활용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전시관 건립과 체험 학습 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개발, 정기적인 유적지 축제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신북 구석기 유적은 2008년 4.11 전남도지정문화재(기념물 238호)로 지정돼 있다. 이후 2011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35필지,71,829㎡)되었고, 2013년 1월 9일에 문화재청에 사적지 신정을 하였으나. 사적지 지정이 부결된 바 있다.

이날 강신대 면장은 발표에서 향후, 사적지 지정 재추진을 비롯 유적지 조합정비, 국제 학술회의 개최, 재1회 신북 구석기 문화재 개최 유적지 전시관 및 체험장 등 공원조성 등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구석기 유적지 보존 활용 방안은 어디까지나 지역민(장동면)의 희망사항을 반영한 의견 차원에서 계획, 추진되고 있는 것일 뿐 장흥군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은 아니다.

이제 장흥군이 나서야 한다.
유적 발굴 전시관 하나 없는 군이 장흥군이다.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을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증명하고 그 정체성 규명의 동인이 될 유물 박물관 하나 없는 곳이 장흥군이다.
신북 구석기 유적은 장흥군의 가장 경쟁력 있는 문화 유산이다. 이 문화유산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다른 지자제에서는 없는 것도, 약간의 역사적 근거만 있어도 화려하게 재조명하며, 자기들의 현대적인 유산으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있는 것도 무관심이다. 지역민이 원해도 콧방기도 뀌지 않는다.
신북 유적의 국가 사적지 지정 이유도 넘친다.
유물의 석기 집중도가 높은 후기 구석기 시대의 문화층이 확인되었다.
최소 2번 이상 후기구석기인들이 장흥지역을 점거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유적에서 확인된 유물이 약 2만 5천년 전후의 후기 구석기시대 전형적인 유물로 확인되었으며, 한반도 남부 최대 구석기 유적이고 일본 열도와의 교류도 보여주는 유물이 확인되어 역사적 의미도 크다.
특히 유물 중 흑요석의 원산지는 백두산과 일본 구주 지역의 것이라고 확인되었는데, 이는 장흥의 구석기인들이 직접 도는 간접적으로 원거리 구석기인들(백두산, 일본구주)과 교류했다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

이렇듯 신북 구석기 유적은, 우리나라 후기 구석기 시대의 다양한 문화상을 확인할 수 있어 인류 문화적, 역사적, 학문적 가치는 지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이러한 유적이 지금 대학박물관 지하에 처박혀 있다. 이제 이 귀중한 유물을 장흥으로 가져와야 한다. 장흥에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조성되어야 하는 이유이고, 국가지정 사적지로 지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또 이러한 유물과 유적을 활용하여 신북 유적의 현장이 교육의 장으로 체험하면서 산 교육의 장으로서 역할도 수행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유적지 복원, 정비사업도 추진되어야 한다.

군 당국의 신북 구석기 유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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