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과 11월 초에 장흥군에서는 2개의 큰 문학행사가 있었다.
10월 28, 29일 열린 ‘제7회 한국문학특구포럼’과 11월 3, 4일 '제9회 이청준문학제' 행사가 그것이었다. 송기숙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특구 포럼에는 외지에서 2백여 문인들이 장흥을 찾았고, 이청준 문학제도 1백여 문인들이 장흥을 찾았다.
이 두 행사는 문학의 역사와 전통, 비교우위의 문학적 자산이 풍부한 문학의 고을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웅변해주는 행사였음은 분명했다.
그런데 추모제 형식으로 치러진 이청준 문학제는, 이청준 생가, 이청준 묘소 등 이청준의 문학현장을 들러볼 수 있었지만, 특구포럼의 주제가 된 송기숙 조명에서는 송기숙 문학현장을 들러볼 수가 없었다. 송기숙 생가도 마련돼 있지 않았고, 출신마을 용산 포곡마을에 제대로된 기념비 하나 세워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장흥은 풍부한 문학자산을 바탕으로 지난 2005년부터 가칭 ‘국립한국박물관’이라는 국가 규모의 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기도 한 바 있었다. 또 지난 2008년에는 전국 최초의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되면서 천관산문학관 조성 등 장흥의 문학자원 확대에 노력해 왔다.
또 2016년부터 장흥군은 전남도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이던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에는 전국에서 24개 지역이 경쟁하였고 결국 2016년 12월 22일, 정부는 적정 후보지로 지역을 배제하고 서울시내 3곳(문화역서울 284·국립극단 부지·용산공원 내 부지)을 문학관의 적정 후보지로 발표했으며, 최근 용산공원 내 부지로 확정했다.
전라도 남쪽 끝트머리인 장흥군은 사실상 당초부터 경쟁력에서 비교가 되지도 못햇던 것이다.
지난 28일 문학특구 포럼에서 박형동 전남문인협회회장(시인)은 ”국립 한국문학관이 물 건너갔을 지라도 장흥에 전남문학관을 건립해야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날 박 회장은 “장흥은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백광홍 등 한국 가사문학의 산실이었으며,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이승우 한강 등 대표적인 한국 소설가들의 배출한 곳이므로 전남문학관을 장흥에 조성해해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한국문학관 유치’가 불발에 그쳤으므로, 이제는 박형동 전남문인협회장의 주장차럼 전남문학관을 유치하는 일이나 한국문학관 분관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전남도의 승인과 예산 확보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도내에선 ‘장흥문학’에 대한 비교 우의의 자원과 일반적인 인식이 확산돼 있고,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때 전남도에서도 장흥을 선정했던 만큼, 분관 또는 전남문학관 유치를 적극 추진해볼만 하다.
그동안 장흥은 가사문학의 고을로, 현대문학의 고을로 자라매김되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장흥 문학의 정체성은 전국 최초의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받기도 했다.
그런대도 우리는 늘 아쉬움이 많았다. 장흥에 번듯한 문학관 하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남도에서, 해마다 전국규모의 문학행사(문학특구 포럼, 이청준 문학제)를 개최하는 곳은 장흥밖에 없다. 목포시에는 박화성문학관, 강진에는 김영란 문학관, 보성군에는 태백산문학관이 있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학특구 포럼, 이청준 문학제 같은 큰 행사도 중요하지만, 문학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문학관은 다른 의미에서 아주 중요하다. 주지하다시피 문학관의 주인이 될 만한 유명 문학인은 차고도 넘친다. 그런데도 장흥에 문학관 하나 없는 것은 장흥 군민들의 무관심, 집행부 쪽의 무관심에 기인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문학고을 장흥’에 장흥문학 육성과 진흥을 위한 로드맵 수립이 절실하다.
지난 11월 1일 경기도 부천시가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에 지정돼 영국 에든버러를 비롯해 아일랜드 더블린, 체코의 프라하 등 세계적 문학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부천시는 ‘삶을 바꾸는 문학의 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문화특별시 부천의 도서관과 만화영상진흥원 외 문학 자원과 3대 국제축제 등 부천의 매력적인 요소를 부각시켰다고 한다. 시민과 함께해 온 지역문학의 발전상도 제시했다고. 또 부천에는 유명한 문인이나 출판단지 등 변변한 문학적 인프라도 없지만 시민들이 특화도서관과 아트밸리 등 시민 중심의 문화활동이 다양하고 특히 유명 문인들의 기념사업을 시민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또 향후 중장기 추진계획으로 제시한 ‘디아스포라 펄벅국제문학상 격상’과 ‘도서관 교류’ 등은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이념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한다.
장흥군도 이제라도 부천시의 문학횅정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러고 장흥군이 향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학고을로, 대표적인 문학도시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장흥문학 로드맵수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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