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장흥군 마을을 드론으로 담은 사진들을 정리하여 사진집을 출간했다. 지난 30여년간 장흥군 고향마을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으며 농촌의 공동체가 빠르게 붕괴되어가는 과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농촌마을의 붕괴는 우리의 유년시절이 송두리 채 사라지는 것이기에 오랫동안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었다. 장흥군 마을을 사진 찍기 위해 높은 산에 오르고 6m짜리 사다리를 제작하여 마을 앞에 세워 사진을 찍었지만 늘 부족함이 많았다. 좀 더 높은 곳에 올라가 마을 전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기를 늘 소망했다.

3년 전 늘 꿈꿔왔던 항공촬영의 현실이 드론이 대중화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드론을 마련하여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장흥군 마을 전체를 사진에 담아 “하늘에서 본 장흥”과 “고향의 사계” 두 권의 사진집을 2016년 봄에 출간하였다.

장흥의 마을사진집이 출간되고 많은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2016년부터 영암군마을에 드론을 띄웠다.

영암군은 장흥군 두 배인 600여개의 마을이 있었고, 마을주변의 농토가 넓고 광활한 곳이 많았다.
하지만 영암군 마을 역시 비워있는 집이 늘어나고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아 얼마나 더 오랫동안 마을들이 옛날 그대로 남아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더 늦기전에 마을 모두를 드론을 통해 사진으로 기록해 두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며 작업을 하였다.
사진작업을 오랫동안 해 왔지만 작업한 사진들을 정리하여 한권의 책으로 출간하기는 쉽지 않다.

사진집 출간은 많은 비용이 소요되고 사진집이 출간되어도 막상 사진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에 사진집을 출간 하여 줄 출판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는데, 2015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사진을 전문으로 책을 출간하는 사진전문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를 알게 되었다.

2016년 드론으로 장흥의 마을과 사람들을 찍은 사진들을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는 두 권의 사진집으로 출간하여 주셨다.
나와 고향 장흥에게는 행운이었다. 눈빛 출판사 이규상 대표는 장흥군에 이어 영암군 마을사진집도 출간을 약속하여 출간을 하게 되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사진을 촬영하고 촬영했던 과정과 촬영을 끝내고 편집을 하고 한권의 책이 완성될 때까지 너무나 많은 분들의 노고가 따른다.

이번 사진집 출간에 영암지역 도의원인 우승희 의원이 글을 맡고 마을을 소개하였다. 그를 만났기에 그와 함께 실로 엄청난 사진작업을 할 수 있었다.
우의원의 고향 사랑에 감사한다.
또한 30여년 오직 고향사진작업에 빠져 먹고사는 일을 등한시 한 나를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하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하늘에서 찍은 사람이 없는 사람의 풍경
이광수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 교수)

사진가 마동욱의 《하늘에서 본 영암》은 고향 전남 장흥 옆 마을 영암의 열한 개 면(面)에 스물두 개 리(里)의 행정 단위에 속한 여러 마을의 모습을 드론을 통해 하늘에서 촬영하여 이미지로 만든 사진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마동욱은 지난 30여 년 동안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고향 마을과 사람들을 기록해왔다.

자신의 고향 장흥을 드론으로 촬영해 《하늘에서 본 장흥》과 《고향의 사계》를 2016년 봄에 출간하였다. 그의 사진 촬영 행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진 장비의 변화를 쉽게 짐작할 수 있어 재미가 있다. 처음 그는 고향 마을이 붕괴되고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찍기 위해 예의 휴대용 카메라로 눈높이의 앵글에서 찍었다. 그러다가 앵글의 한계와  화각의 한계를 절감했다. 대부분의 풍경 기록을 하는 사진가들이 느꼈던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사다리를 손수 제작하기도 했고, 좀 더 높은 곳을 찾아가기 위해 산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에 관심을 끌었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변해가는 마을 전체 풍경으로 관심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촬영 장비도 드론으로 바뀌었다.

풍경 사진은 원래 제국주의에 협력하던 사진가들이 그 입장에 서서 식민지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지형을 탐사하고 그것을 사진 기록으로 남기는 전통에서 시작되었다. 아프리카 탐험 원정을 하면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긴 일련의 영국 사진가들이나 인도와 중국 사이의 히말라야 지역을 촬영한 사진가들은 모두 노골적인 제국주의자 반열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가운데는 미국 서부 사진과 같이 매우 멋진 심미적 작업도 있으나 그런 사진들조차 그 이미지의 사회적 맥락을 보면 결국 제국주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아메리카 서부 대평원의 황량함은  개척되지 않은 즉 ‘우리’가 개척해야 할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그 서부의 자원과 지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순수한 지리적 자료 차원에서였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풍경이라 함은 단순히 그림과 같은 사진의 표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지리적 관점에서 볼 때 지형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정확하게 사고하게 해주는 시각과 자료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그 사진들은 그 어떠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시각과 자료를 제시하는데, 그 모든 것은 카메라의 만들어진 진실 신화 위에서 각인된 것들이다.
결국 풍경 사진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단독으로 하나의 예술 혹은 작품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본질이 변하여 새롭게 전화(轉化)한 것이다.

그 예술의 본질은 작품 이전에 매체에 있다. 그것은 사진을 찍는 사진가가 갖는 시각과 그 이미지가 보여주는 자료를 보여주는 매체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풍경 사진은 대상으로서의 주민에 대해 ? 설사 그 주민이 이미지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할지라도 ? 분명한 시각을 제시해주는 것이 된다. 그 이미지는 사진가가 작동시키는 일정한 거리를 통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을 엮어주는 공동체들 사이에서 각각의 공간을 어떻게 조직할 것이고 그 대상들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를 숨김없이 드러내줄 수밖에 없다. 그 재현된 이미지가 아름다운지 아닌지의 문제는 그 원래의 시각과 자료 이후 너머에서 새로 발생한 심미적 현상일 뿐이다.

결국 풍경이라는 것은 본래적으로는 단순한 이미지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용도에 따라 그 가치가 매우 다양하게 바뀌고 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하니 문화를 이루는 여러 요소와 결합하여 하나의 문화 복합으로 활용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진가 마동욱이 드론으로 찍은 고향의 풍경 사진은 몇 가지 점에서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

첫째, 사진가는 사진의 기록성을 우선시 하였다는 점에서 사진에 관한 매우 고전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가 마동욱은 고향 마을 공동체가 빠르게 붕괴되어 가는 모습에 안타까워했고, 그 변화를 보면서 하루라도 늦지 않게 원래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했고, 그래서 카메라를 들었다. 카메라라는 기계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에서 자동적으로 고급스럽게 작업을 해주기 때문에 그의 재현된 이미지가 심미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그의 작업은 일차적으로 마을 지형 원형에 대한 기록이다.

사실, 이러한 작업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과학적 방식으로 찍을 때 그 가치가 배가된다. 10년 뒤 혹은 20년 뒤 장흥의 마을들은 어떻게 변하였고, 영암의 마을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이다. 그 변화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읽어낼 것이고, 그 이미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2차적인 문제다. 이것이 사진가 마동욱이 사진으로 말하고자 하는 가장 우선적인 것이다.

둘째, 사진가가 향하는 눈은 결국 사람에게 꽂힌다. 수 백 컷의 사진 속에 사람은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아주 작은 점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뿐이지만, 결국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떠나가는 그래서 황폐화 되어 가고 있는 고향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거기에서 사람을 읽어내야 함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갖는 가장 큰 특성 중에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것만 이미지로 재현할 수 있으나, 그 이미지 속에 나타나지 않은 존재도 말을 할 수 있고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사진은 과학이면서 문학이 되는 것이다.

셋째, 카메라를 든 사진가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나만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아무리 기록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시각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진가 마동욱은 자신만의 시각을 완전히 버렸다. 철저하게 기계의 시각으로 보고 재현할 뿐이다.

물론 그 드론이라는 기계와 그 안에 장착된 카메라를 조절하는 것이 다시 사진가의 손과 머리이고 그러다 보니 백 프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진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사진가의 주관을 배제한 냉정한 시선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넷째,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해 사람들이 금과옥조로 널리 신봉하는 접근에 대한 관점을 탈피했다. 유명한 사진가 로버트 카파는 말하기를,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발 짝 더 다가서라, 고 했다. 이 금언은 많은 사진가들에게 자신이 대상으로 삼는 사건에 대해 더 세밀하고, 열정적이고, 대상과 일체화 되는 자세만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대상과 거리를 둔 채 더욱 냉정하고, 차갑게, 현실을 직시하며 있는 그대로를 보는 관점은 높은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았다. 이것을 마동욱은 부인하였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찍기 위해 사람에게 가까이 가지 않고 그 대신에 그들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하늘에서 찍게 한 것이다.
마동욱의 사진을 보는 사람은 크게 둘로 나뉠 수 있다. 바로 위에서 내가 말하는 바를 하나씩 음미하면서 드론 사진이 갖는 새로운 의미를 새겨보는 사람이 그 첫째 부류다. 엄밀히 말할 때 비평문을 쓰는 나도 마찬가지로 바로 이 부류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지금 말하려 하는 두 번째 부류에 들어갈 수는 없다.

그 두 번째 부류는 사진 속 마을에 지금 살고 있거나, 그곳을 고향으로 마음에 둔 채 떠나 왔거나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 사진을 눈으로 보지 않을뿐더러, 머리로 읽지도 않는다. 가슴으로 새길 것이다. 같은 사진이라 해도 어느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기록 사진이기도 하고 또 어느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어느 사람에게는 가슴 깊은 곳에 절절히 박히는 감성의 원천이기도 하다.

사진가 마동욱은 적어도 이 점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찍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웬만한 사진가들이 이루지 못한 일을 해냈다. 사진으로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그것도 시간과 시간을 이어줌으로써 그리움을 자아내게 해주는 역할,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진의 첫 번째 가치다.

영암군 신북면 금수리 화정 배밭
영암군 영암읍 송평리1구 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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