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 다리를 걸어 본다.
예양강의 물비늘을 스치고 불어 오는 바람이 세상에 없이 청량하고 서늘 하다.

시선을 들어 보니 제암산 사자산 억불산 수인봉의 산자락과 남산 공원의 수목과 능선이 선명하고 아름답게 다가 온다. 이 강과 산의 조화로움이 변하지 않고 이 계절과 함께 향수 할 수 있음이 너무나 반갑고 고마웁다.
그래 가을이었구나. 그 모진 더위에 시달리며 가뭄에 목말라 하던 날들이 언제였을까.
시간과 일에 쫒기며 열대야의 한 밤중에 한 숨 쉬며 애타 하던 날들을 체념 하듯이 견디며 아침에는 어김없이 일어 나서 외면 할 수 없는 우리들의 생활전선으로 내닫던 그 저녁 그 아침을 보내다 보니 가을이구나.
지난 세월은 무수한 곡절과 지난한 사연들이 겹치고 쌓여 있었지만 우리들의 인생사가 어느 세월동안 그저 순탄 하지만은 않았으니 돌이켜 보면 그 사연들이 그리울때도 있을까.
그리고 가을의 수확이 혹은 풍성하고 여유롭지 않아도 순리에 감사 하면서 마음과 곳간을 채우면서 추석 명절을 맞는다.
지난 시간들이 어떤 곡절이 있었던지 추석의 풍경은 의연한것 같다.
이른 아침에 마을의 앰프에서는 추석맞이 마을 대청소를 한다고 청소 도구 지참해서 회관 앞으로 나오라는 독촉이 한창이다.
집집마다 나물을 무치고 전을 부치고 떡을 해나르는 어른들이 손속이 바쁘다.

일년에 두어번 객지에 사는 자녀들과 친척들이 찾아 와서 차례를 지내고 그간의 정담들을 나누는 이 명절이 우리 모두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세상이 변하고  세태가 각박해 졌다고는 하지만  명절 앞의 우리 이웃들 그리고 그 이웃들의 자녀들과 친척들의 인심은 의연한것 같다.
마을의 골목과 공터에 주차된 차량들이 지난 해 보다 늘어난 것 같아 보인다.
유난히 불어난 차량들이 귀챦거나 번거롭게 느껴 지지 않는다.
진골 위쪽의 강동댁 댁에는 두 아들 부부와 추석 다음날 합류한 두 딸 부부와 자녀들로 온 집안이 그득해 보인다.  낡고 오래된 강동댁의 가옥에 저 많은 가족들이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고 걱정이 된다. 강동댁은 어김없이 식용유 한 셋트를 들고 집으로 찾아 왔다, 이웃과 명절 선물을 나누자는 뜻도 있지마는 강동댁의 내심은 다른데 있다. 아들과 딸들의 자랑을 하고 싶은 것이다. 예년과 과히 틀리지 않은 자녀들의 소식에 들고 온 선물이며 승진과 사업 번창과 소소한 자녀들의 자랑은 듣기가 전혀 거북하지 않다.
고향의 부모를 찾아온자녀들의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나정나지 않은 가슴 따뜻한 마을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투명하게 열리어 가는 이 계절과 소출과는 상관 없이 수확의 기쁨이 어울어 지고 그 행간의 추석 명절에 고향의 부모와 친척을 찾아온 사람들의 행보로 장흥의 초가을은 의연하게 살아 오르고 있다.
혹간은 몇십년 후에는 소멸의 가능성이 높은 고을이 장흥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고향 장흥을 찾아오는 이웃들이 건재한  이 명절 앞에서 우리는 희망을 갖게 된다.

사회학적으로든 통계적으로든 장흥의 인구가 줄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듯 아름다운 소통이 있는 우리의 장흥에 궂이 비관적인 미래를 거론할 필요가 있을까.
가꾸고 살피고  어울려 사는 것이 지금 장흥 땅을 지키며 사는 우리 모두의 소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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