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이청준 문학제와 추모제가 ‘영원한 축제 그리고 10년’이란 주제로 5일-6일까지 장흥군민회관과 이청준 생가 선학동 마을에서 성스럽고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문학제는 5일 오후 5시 장흥별곡문학동인회(김석중 회장)가 주관하고 (사)이청준기념사업회. 장흥문화원, (사)장흥학당, (사)한국문인협회 장흥지부, (주)문학과 지성사, 장흥신문사 후원으로 홍정선(이청준기념사업회 이사장. 인하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의 개회인사, ‘미백 이청준 형을 그리워하며’의 한승원 소설가의 회고사와 추모의 말씀. ‘다시 그리운 이청준 선생님’(이금호 문화원장)고별사에 이어 다시 듣는 고별사 ‘이청준 형을 그리며’(김병익 문학평론가)를 김동옥 시인이 낭독하였다.

송재학 시인의 ‘갯나들 모서리까지 올해도 덥혔습니다’의 추모시는 시낭송가 위인숙씨의 낭송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사회는 위수미(민주평통장흥군협의회장)씨가 맡았다.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제작한 ‘영상으로 여는 이청준 문학제’ 감상에 이어 전남도립국악단 이소연 명무의 살풀이춤과 이현미, 박설아 명창의 국악가요 ‘배 띠워라’ 명품공연의 소리와 춤으로 이청준 선생 문학제의 열기를 더 했다.

2일째 추모행사는 9시 40분 영화 천년학 촬영장소를 답사, 10시 이청준 생가를 들려 묘소를 방문하여 간단한 제례 행사를 끝내고 선학동 마을에서 준비한 오찬 장소에 11시에 도착 살풀이 춤과 판소리 섹스폰 연주 등으로 이청준 선생님의 마지막 추모행사를 마친 다음 매밀꽃으로 유명한 선학동 주민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매밀 묵과 매밀 떡 오찬을 마친 다음 선생님을 그리면서 참석자들은 서울, 광주, 순천 등으로 내년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이날 문학제에는 문림의향 장흥 그리고 ‘문학기행관광특구“라는 말이 부끄러웠다. 장흥에 문학은 기봉 백광홍 선생과 현대문학으로 송기숙 이청준 한승원 김석중 선생을 자랑하면서 자부심까지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김인규 이청준문학관건립준비위원장은 참석했어도 군수가 다른 일정으로 2일 동안의 행사에 얼굴 한번 보이지 않아 참석자들은 의아해 하면서 못내 서운한 감정이 역력했다.

서울, 세종시, 광주, 순천 등 외지에서 온 분이 장흥군민보다 많았으니 부끄럽고 문화 그중에서도 문학의 힘을 모르는 자치단체라는 느낌이 든다면서 참석자들은 아쉬워했다.
한승원 소설가의 따님 한강 소설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하자 장흥출신이라고 자랑하던 사람들이 정작 장흥이 낳은 한국문단의 거장 이청준 선생을 추모하고 문학제를 외면 한다면 장흥문학의 미래는 어떨까?

김인규(전 장흥군수)씨는 이청준 문학관건립추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면서 모두가 장흥이 문림고을이라고 자랑하고 전국에서 유일한 ‘문학기행관광특구’인데 군민의 힘을 모아 이청준 문학관 건립에 열과 성의를 갖고 동참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장흥신문사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문학기행관광특구’로 발전하는 장흥을 위하여 취재에 힘썼다.

다시 되새기는 ‘우리들의 천국’에 대한 소망

▲홍정선 이사장

이청준 선생의 친구이자 탁월한 문학비평가였던 김현은 “문학은 비체제적이다. 라는 말로 문학의 목표, 문학의 본질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김현이 문학의 본질을 이렇게 말한 것은 당시의 우리문학이 ‘반체제’를 문학의 목표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대다수의 문학이 당대의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투쟁하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김현은 상당한 비난을 감수하며 문학의 목표는 ‘반체제’가 이나라 ‘비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김현이 반체제 문학의 목표가 달성되었을 때 변질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계했기 때문이며, 반체제를 목표로 했던 문학이 거꾸로 체제적으로 바뀌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는 언제나 수많은 모순이 있게 마련이고 그런 한 문학은 모순이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문학은 영원히 현실과 불화하는 비체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현의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문학의 본질에 대한 김현의 이같은 생각을 소설작품으로 가장 훌륭하게 구현해 보인 사람은 이청준이었습니다. 소설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당신들의 천국’은 우리가 추구해야할 문학의 본질에 대해 뛰어난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이청준은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당신들의 천국’이 아니라 ‘우리들의 천국’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이 소설을 썼습니다. 이 소설을 쓸 당시 개발독재를 이끌어 가던 사람들이 보여준 미래상을 ‘당신들의 천국’이라고 사시적으로 표현하면서 그 ‘당신들의 ’천국‘이 궁극적으로는 ‘우리들의 천국’이 되기를 바라는 꿈을 이 소설 속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펴낸지 14년 후에 이런 말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소망하던 ‘우리들의 천국’이 이 땅에 도래해서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지는 일이 없기를 바랬다. 그런데 아직도 여전히 이 소설은 사람들에게 의미있게 읽히고 있다.
개발독재의 주역들이 물러가고 새로운 정치주역들이 등장했지만 더 나아진 것이 없다. 정치만능의 힘겨루기 판으로 흘러가는 이 현실은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덕목에 대한 되외시라는 점에서 이전의 권력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래서 내 소설의 의미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입니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 대한 비판과 ‘우리들의 천국’에 대한 소망은 개발독재시대, 권위주의 시대에 대한 한정된 비판이 아닙니다. 그랬다면 이청준의 이 소설은 그 흔한 반체제 소설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고 개발독재시대의 종말 혹은 민주화의 달성과 함께 그 의미가 소멸되었을 것입니다.
이청준의 이 소설은 개발독재시대를 배경으로 태어났지만 특정 정치집단에 대한 비판과 부정을 목표로 한 소설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우리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지배와 피지배, 사회의 의미와 개인의 의미, 지도자의 책임과 개인의 자유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탐색이자 천착입니다.
이청준이 꿈꾼 ‘우리들의 천국’은 제 생각으로는 우리 인간의 역사 속에서도 쉽게 달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선 그 자체인 신이 아니라 선악을 동시에 지닌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모순은 영원히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한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 담긴 간절한 소망은 그 의미를 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회진면 진목리 이청준 선생 생가
▲문학제 기념촬영
▲이청준선생 부인 남경자 씨와 딸 이은지
▲선학동마을 유래 안내판
▲선생님의 한을 풀어드린다는 ‘살풀이’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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