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行에 길든 예양강으로 향한 발길은
가슴에 와 닿지 못하고
추억의 가슴속으로 늦가을이 찾아와
강둑에 앉아 떠날 때 까지
피안의 넋이 달빛 속에 그윽하다
박림소(朴林沼) 전설을 잃어버릴지라도
멀리서 달려드는 그 휘파람 소리는
억불산 며느리바위 슬픈 사연이
눈시울 속에 박혀 
창랑정(滄浪亭) 돌계단을 배회할 때
겨우 한그루 노송과 죽순 몇 개만이
눈물 멈춘 자리를 쳐다본다.
내 앞에 놓인 동교(東橋)다리는
사자산 자락 만큼이나 긴 인연 맺었는데,
한 때 잘 나갔던 칠거리(七距里) 사람들
뵌 지 오래다
고단하게 눈뜬 시장통 가로등 길 따라
독실보 모탱이를
막 돌아 설 때
신 들린 듯 오열하는 먹장 구름이
어둠 속에 묻힌 채 물끄러미 바라보니
장원사(壯元寺) 새벽 종소리에 잠을 깨
고는 그 옛 철새 돌아와
목 놓아 울면서
잃었던 기억을 토해낸다
장흥댐 가로막힌 아픔 끌어안고도
억만년 이어갈 자존심인가
달 없고 별 마져 떨어진 날 밤에도
불빛 용궁으로 장식하고
석대보 넘으면서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한들 만큼 넓은 마음 간직한 채
예양강(汭陽江)은, 낮은 곳을 찾아 참 많이도 흘러 왔다.
흐를수록 깊어진다더니.

◆김동옥은 1984년 장흥별곡문학동인회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문학의 행로를 잡아 들었다. 2003년 계간 《공무원 문학》에 시를  추천받아 문단에  등단하였고 별곡문학에 작품들을 발표 하여 꾸준한 창작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반평생을 헌신한 공직의 정년을 앞두고 시집 『안개꽃 별이 되어』를 상재하여 보다 정연한 시인으로의 길을 예고 하였다.
위에 소개한 “예양강의 연가”는 장흥 사람이면 가슴속에 밝히어 지는 풍경과 서정을 수채화 그리듯이 표현 하여 그리웁게  다가오게 하는 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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