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금 경제와 안보 양측면에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기로를 맞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식 후 태생한 많은 신생 독립국 중 유일하게 최단 시간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의 문턱에서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춘 채 주춤거리고 있는 모양새다.

조선과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산업 위주로 수출에 의존해 온 우리 경제는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발빠른 산업구조 개편과 기술혁신을 통한 신산업개발 등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 이대로 잘못대처하면 그동안 애써 쌓아온 경제 탑이 고스란히 허물어 내릴지도 모를 상황이다.

한편 군사 안보 면에서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70여년 간 이어져온 냉전체제는 북한의 핵무장화로 한층 고착화되고 남북간의 무력충돌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전쟁으로의 귀결은 불을 보듯 뻔하며 그 결과는 민족의 공멸이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다행히도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의 봄바람이 불어와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이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까지 이루어짐으로써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북미간 관계 정상화로 드디어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이 눈앞에 실현된 듯 하였으나 쌍방의 두터운 불신의 벽과 분단과 적대에 기대살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완강한 반발이 걸림돌이 되어 서로 밀고 당기기만 할뿐 좀처럼 속 시원히 통 큰 타결을 보지 못한 탓에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면서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족의 생존을 이어가려면 무엇보다도 국민의 단결과 각성이 필요하다. 과거 5천년 역사에서 우리는 국난이 있을 때마다 각계 지도자를 중심으로 국민이 하나로 뭉쳐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낸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 다시한번 배달민족의 기개와 용맹을 크게 떨치고 일어서야 할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지금 이와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국민은 지역별, 세대별, 성별, 정파별로 사분오열되어 끊임없이 대결하고 갈등한다. 개인은 저마다 탐욕과 배타적 이기심에 빠져 각자 도생에만 혈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이해 갈등을 조정하고 잠재력을 묶어 냄으로써 국가위기 극복의 동력을 이끌어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권력쟁취와 이권투쟁에만 몰두하며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느라 단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예부터 가정이 곤궁하면 현모양처를 찾고 나라가 위기에 봉착하면 위대한 지도자를 갈망했다. 그리고 혼탁한 사회 도덕과 윤리가 붕괴된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의인과 군자를 필요로 했다.
지난날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이 타계했을 때 우리 사회는 싶은  충격에 빠졌었다. 그때 국민 속에서 그분들의 고귀한 삶을 따르려는 집단학습 현상이 일었던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 좋은 함박웃음을 만면에 가득안고 천진난만한 어린이들과 볼을 비비던 바보 추기경의 모습이 그립고 고무신에 누더기 승복을 입고 깊은 산속 오두막 암자에서 홀로 참선 수행에 들던 법정스님이 보고 싶다.

그 분들은 무엇을 가르치려 했던가. 사랑과 금욕이다. 나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실천덕목으로 관용과 베품을 담론으로 제시하고 싶다. 관용과 베품의 생활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미움의 매듭을 풀고 이해와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런 세상을 보려면 사람들의 마음 고치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용과 베품의 생활화를 위한 대사회운동의 전개가 필요한 이유이다. 어느 위대한 종교지도자는 기회 있을 때 사람들에게 참사랑을 실천하라고 외치는 것을 들었다. 그러려면 남에게 주고 또 주라 하고 주고도 준 사실자체를 잊어버리라고 끊임없이 설파했다.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의 정신을 가르치는 이 교훈이야말로 탐욕과 불화의 화신들에게 던지는 고막을 찢는 사자후(獅子吼)며 영혼이 병든 자들의 어깨를 내려치는 죽비(竹?)다.
관용과 베품의 미덕과 관련 고사 한 대목이 떠오른다. 옛날 중국 초나라의 장왕이 어느날 여러 장수들과 잔치를 벌였다. 그런데 잔치가 한창 어울릴 무렵 갑자기 바람이 불어 불이 일시에 꺼져버렸다. 그 틈을 타 장웅이란 장수 하나가 왕이 사랑하는 시녀의 입술을 범하자 그녀는 그의 갓끈을 끊어 쥐고는 가만히 왕께 그 일을 알렸다. 불만 켜면 갓끈이 끊긴 자가 바로 감히 왕의 애희를 희롱한 자라는 게 들어날 판이었다. 그러나 왕은 도리어 불을 켜지 못하게 하고 큰 소리로 모두에게 갓끈을 떼어 내도록 했다. 이에 감동한 장수는 훗날 왕이 전쟁에서 패해 생명이 위태로울 때 목숨을 바쳐 왕을 구함으로써 빚을 갚았음은 물론이다. 관용과 베품의 정신이 빚어 낸 아름다운 일화다.

사람은 죽을 때 껄껄껄... 하고 죽는다는 글귀를 최근 어딘가에서 읽었다. 더 크게 용서할 껄, 더 많이 베풀 껄, 재미있게 살 껄 하고 말이다. 우스갯 속에 진실이 읽힌다. 죽을 때 후회 않도록 지금부터 열심히 실천할 일이다. 관용과 베품을 생활화 하자.

■김효전 프로필
▲용산면 금곡리 출생▲전. 영광김씨 대종회장
▲현. 서남해안 기업도시개발 한.중합작 법인‘득위락’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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