奉虛言(봉허언)/자하 신위

사랑하고 좋아하고 사실이 아닐진대
꿈속에서 나보았다 다시는 있으리니
만약에 어느 꿈속에 보는 수가 있겠지요.
向?思愛非眞辭    最是難憑夢見之
향농사애비진사    최시난빙몽견지
若使如?眠不得    更成何夢見?時
약사여농면부득    갱성하몽견농시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데 상대는 그것을 못 믿는 경우가 있다. 나는 확실한데 상대에 대해선 무언가 믿음이 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남자이면서도 여성스런 하소연을 듣는다. 그 내용은 애절할 수밖에 없어 읽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리게도 한다. 이것이 문학이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그래서 흔히 사랑과 이별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백 마디의 말보다는 꿈속에서도 만나 줄 것을 바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보았다.

어느 꿈속에서 나를 볼 때가 다시 있으리오(奉虛言)로 번역되는 칠언절구다. 작가는 자하(紫霞) 신위(申緯:1769∼1845)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화가이며, 서예가이다. 다른 호는 경수당(警修堂)이다. 할아버지는 신유이고, 아버지는 신대승이며, 어머니는 이영록의 딸이다. 그는 시에 있어 한국적인 특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없어져가는 악부(樂府)를 보존하려고 했다.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날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말 사실이 아닐 것이니 / 꿈 속에 나 봤다는 말일랑 정말로 믿기 어려워라 // 만약에 나 같은 사람으로 하여금 잠들게 하지 못했다면 / 어느 꿈 속에서 나를 볼 때가 다시 있으리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거짓인 듯 믿어주오]로 번역된다. 자하의 [소악부] 40여수가 전한다. 내용은 우리 시조를 한시 칠언절구로 번역한 주옥과 같은 작품이다. 우리나라의 고전문학에서 속요·가사·시조와 같은 것은 노래로 불렀기 때문에 입으로만 전하여질 수밖에 없었다. 자하는 [소악부]를 지으면서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필요성을 말했다. ‘우리 노래는 자연스럽게 음률에 맞아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런데 이 노래를 시로 채록하지 않으면 없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제 [소악부]의 공적을 칭찬했으니 이제현의 [소악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이 시의 제목에 붙여진 대로 내용의 정교함이 보인다.
시인은 상대가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믿기는 어렵다고 했다. 애틋한 진실을 상대방이 혹시나 잘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혼자만의 의심이다.
그래서 화자는 어느 꿈길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식의 자기 확신과 상대의 진심을 알 수 없다는 반신반의의 시심을 보인다. 위 시에서 시상은 훌륭하지만 ‘?(나)’이란 글자가 세 번 나온 첩자인 것이 흠이라면 흠일 수도 있어 보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좋아한 말 사실 아니라 꿈 속 말 믿기 어려, 나 같은 사람 잠 못 들면 어느 꿈속 나를 보리’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向농: 나를 향하다. 思愛: 사랑하다. 非眞辭: 사실의 말이 아니다. 最是: 여기서는 참으로. 難憑: 믿기 어렵다. 夢見之: 꿈에서 나를 보았다. ‘之’는 지시대명사임. // 若使如농: 만약 나로 하여금. 眠不得: 잠들어 보지 못했다. 更成: 다시 이루다. 何夢: 어느 꿈에서나. 見농時: 나를 다시 볼 시기.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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