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의 유형 중에서 ‘방치’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놀랍게도 이 ‘방치’의 환경은 우리 주변에 흔하게 널려 있습니다. 생계를 위한 벌이에 바빠 아이들만 집에 두고 다닐 수밖에 없었던 경우, 어쩔 수 없는 가정 사정에 따라 할머니,할아버지 댁에 맡겨진 아이, 엄마 없는 집에서 엄마 아닌 다른 도우미의 손에서 자라 난 아이, 너무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보육환경에 보내지는 아이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요즘엔 이런 일들이 하도 당연시되어 있어 누구도 문제거리를 삼지 않습니다. 어느 집에나 있는 흔한 일이니까요. 심지어는 맞벌이가 아닌 가정에서도 엄마의 자기 시간, 자기 계발을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그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여러분은 알고 계신가요? 이유가 어떻든, 시대가 어떻게 달라졌던 간에 결과는 정확하게 동일합니다. 그 아이가 느끼는 방치된 아이의 고립감은 다르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자기는 사랑받을만한 아이가 아니라는, 그래서 이렇게 아무도 돌보아 주지 않는 거라는 낮은 자존감이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아 무의식 속에 저장된다는 말이지요.

그리고 서서히 그 영향력은 삶 속에서 고개를 들고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동서고금과 시대를 막론하고 이 사실은 불변합니다. 절대로 에누리가 없다는 말씀이지요. 아이가 원하는 사람은 엄마입니다 아무리 자기를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라 할지라도 아이에게는 엄마가 아니면 빈 가슴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우기를 원하시나요? 리더쉽이 뛰어나고 발표력 역시 뛰어난 아이로 키우고 싶으신가요? 아이를 방치하고 있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 것들은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가 방치되었을 때 이미, 자신감과 리더쉽은 자라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자신감은 커녕, 도무지 부모 성에 차지 않는 허약한 모습을 보일지라도, 아이를 탓하셔서는 안됩니다.

 오래 전에 어린아이들을 교육하는 기관에서 제가 겪었던 일입니다. 유난히 힘이 없고 늘 초점없는 눈을 하고, 툭치면 쓰러질 듯 늘어져 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가 또래보다 지적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줄만 알았지요. 그랬더니 웬걸요. 또래들 속에서 테스트를 해보니 여느 아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꽤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였습니다. 아이가 왜 그렇게 늘 쳐져 있는지 도무지 원인을 짐작할 수 없던 어느 날, 드디어 저는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의 엄마,아빠가 와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영어 유치원의 행사날, 얼굴만 잠깐 보이고 후다닥 떠나려하는 엄마에게 그 아이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매달려 울던지...마치 떨어지지 않는 담쟁이 덩굴처럼 두 팔과 두 다리로  엄마의 몸에 자신을 칭칭 감고 누구도 떼어내지 못하게 안간힘을 쓰면서 처절하게, 처절하게 통곡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그 아이의 울음이 그냥 흔한 아이들의 떼씀이나 어리광이 아니라, 비통한 애원이자 부르짖는 절규였던 것을요..그제서야 왜, 아이가 늘 그렇게 힘이 없었는지 분명히 알 것 같았습니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떨어져 할아버지 댁에서 자라고 있었고 겨우 1주일에 한 번 보는 엄마를 목타는 사막에서 물 한모금을 찾듯 그렇게 애타게 구하고 있었던 겁니다. 엄마의 사랑으로 그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아이, 그 아이에게는 기름이 채워지지 않은 자동차처럼 에너지가 없습니다. 마치 속이 텅 빈 조용히 눈을 감고 어린 시절의 나를 가만히 떠 올려 보십시오. 기억이 나는 한 아주 어린 나이일수록 좋습니다.

어린 시절 여러분은 오지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울다 지쳐  잠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동구밖에 나가 한 없이 엄마가 올 길을 바라보았던 적이 있나요? 하염없이 대문을 바라보며 바람 소리만 나도 엄마가 오는 줄 알고 벌떡 일어났다가 실망한 채 다시 주저앉곤 했었나요? 엄마 대신 어린 손으로 집안 일을 해놓고 엄마가 일하시는 밭으로, 들로, 아니면 시장 한 모퉁이로 나가 초라한 엄마의 보따리를 함께 들거나 아빠의 리어카라도 함께 끌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나요? 혹 친구들이 볼까 두려워 여기저기를 흘깃거리며 축쳐진 배고픈 발걸음을 재촉했던 적이 있나요..어떤 것이든, 그게 어린 시절 여러분의 모습이라면 위로와 인정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두 팔을 벌려 아이를 꼬옥 끌어안아 주십시오. 때로 이유없이 불안하고 많이 외롭기도 할 겁니다.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 불편하고 그래서 혼자 있는 쪽을 택하며 살아왔을 겁니다. 가족들 속에서도 여러분은 외로움을 느끼고 자주 갈등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으니 칭찬하고 격려해 주십시오.
그리고 다시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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