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한 해는 속절없었을까. 돌아보면 희한만 쌓이고 부끄럽고 민망 하여 스스로가 초라해 지는 것은 아닐까. 새 해가 시작 되던 날에 혹은 일출을 맞이하며 다짐 하고 추수리던 그 오만가지 생각들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었을까?
세밑 무렵에는 누구나 가지는 반성의 생각들일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새 해 벽두의 그 찬란하고 희망적이든 우리의 다짐들이 그저 수월한것은 아니라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의 삶들이 마음과 뜻 데로 이루어진다면 인생의 노정에서 감당 하는 희노애락의 행간들이 주는 교훈과 경험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역경을 넘어 서고 고통을 극복 하고 슬픔과 괴로움을 이겨 내는 치열한 과정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발전 하고 성취하는 것이야 말로  삶의 기쁨일 수 있다.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며 사는 우리네 살림살이에는 혹은 가장으로 혹은 주부로 감당해야 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짐이 무겁고 갈 길이 멀어서 아득하고 힘겨운 것은 개인이나 가정사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와 사회의 전반적인 현상에도 느껴지는 개운치 않은 기운들이 “무겁고 멀게” 체감되는 것이 작금의 분위기이다.

2016년 이 나라를 밝히며 타올랏던 “촛불”의 함성을“혁명”으로 표현 하면서 열광적으로 기대 했고 그래서 새로운 사회를 위해 박수 치던 사회적 기운은 어디로 갔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분단의 그 낮은 문턱을 오가며  가슴 뜨거운 광경을 연출하던 “남북 화해”의 일정은 왜 이다지도 답답하게 멈칫 거리고 있는 것일까.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현상이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입장에서 돌아보고 자성 하는 것이 오늘의 화두인 것일까.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교수 878명을 대상으로  금년 한 해를 정리 하는  사자성어를 “임중도원(任重道遠)으로 정했다고 한다. 논어의 태백편에 실린 고사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이 내재 되어 있다.
2018년 한 해를 가뿐하게 표현 할 수 없는 고민스러운 우려와 그래도 아직은 기대를 버릴 수 없다는 심정을 “임중도원”이라는 사자성어로 토로한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점에 그저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라고 답답해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인생살이의 보람이라는 것이 막히면 뚫고 가로 막으면 넘어서는 행로가 아니겠는가.
그 행로에서 절실한 것은 따뜻하고 정겨운 사람들의 위로와 격려의 말마디이고 거들어 주고 끌어 주는 사람들의 손길이다. 결국 사람들과 상부상조 하고 이해하고 동행 하는 “더불어 사는” 사회가 우리가 소망하는 기풍이고 소망스러운 미래를 재단하는 관건인 것이다.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고 외롭고 고단한 길을 길동무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임중도원”의 세상이 그저 팍팍 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 다산은 “인이란 두 사람이 서로 관여되는 것이다(仁者 二人相與也).”라고 말하고 “효도로 어버이를 섬기면 인이 되니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이다. 형을 섬기기를 공손하게 하면 인이 되니 형과 아우는 두 사람이다. … 임금과 신하, 목민관과 백성, 남편과 아내, 붕우(朋友) 등 모두가 두 사람 관계이니, 두 사람 관계에서 자신이 행해야 할 도리를 다하면 (凡二人之間 盡其道) 모두 인이다(皆仁也).”라는 해석을 내렸습니다. (다산의 해석-박석무)-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들의 스승으로 귀감이 되는 다산은 “ 두 사람이 서로 관여되는(二人相與也)”관계에서 도리를 다하면 “모두 인이다(皆仁也)”라고 하였다. 우리 주변의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두 사람만이라도 상호 존경하고 거들어 주면 인(仁)의 기풍이 성립된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리 이해타산의 인간관계가 우선 한다고는 하지만 우리 주변의 사람들 중에 인(仁)을 담론 하여도 망설이지 않고 손을 내밀 사람이 어찌 둘 뿐일까.
셋이어도 적은 것은 아니고 넷, 다섯, 열이 넘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그리 손잡고 동행하는 뜻 맞은 사람들의 행렬이 많을수록 우리의 공동체 장흥의 앞날이 밝아지고 더불어 사는 재미가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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