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을 보라
죽지 않은 것이 어디있는가
그래도 식탁위에 오른 푸성귀랑
고등어자반은 얼마나 즐거워하는가
남의 입에 들어가기 직전인데도
그들은 생글생글 웃고 있다
한여름 땡볕 아래 밭이랑 똥거름 빨며 파릇했던
파도보다 먼저 물굽이 헤치며
한때 바다의 자식으로 뛰놀던 그들은
데쳐지고 지저지고 튀겨져 식탁에 올라와서도
끊임없이 흔들리고 펄떡이고 출렁이고 싶다.
그들은 죽어서 남이 밥이 되고 싶다.
풋고추 몇 개는 식탁에 올라와서도
누가 꽉 깨물 때까지 쉬지 않고 누런 씨앗을 영글고 있다
이빨과 이빨 사이에서 터지는 식탁의 즐거움
아,난 누군가의 밥이 되었으면 좋겠네

- 내가 누군가의 풍성한 식탁에 차려지는 밥 한그릇이거나 반찬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생각은 배려를 뛰어넘어 보시(布施)의 높디 높은 철학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의 식탁에 차려지는 음식은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서 효용이 되는 존재로 인식 되는 삶의 언행을 보여줄 수 있는 세상..그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세상..내가 누군가에게 식탁에 같이 앉을 수 있는 사람으로 대접 받는 세상..
오늘의 시 한편에서 그런  “장흥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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