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 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온전한 타인이 부부가 되어서 백년해로를 한다.
그 삶의 과정이 몇 년일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불가사의한 관계로 형성이 된다.
천수를 누리는 부부의 일상은 애증의 연속이지만 그 누구도 침범 할 수 없는 견고한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서 아름다운 형상들을 만들어 낸다.

아내인 시인은 남편을 이렇게 묘사하였거니와 남편 또한 아내를 향한 무수한 언어들이 있을 것이다. 그 무수한 남편과 아내의 언어들을 드려다 보면 빛나는 “사랑”이 내재되어 있다. 세상의 부부들은 이렇게 산다. 그래서 우리들은 때때로 행복하고 때때로 슬프다.
그 모든 것들이 사랑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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