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출발 지점 다시 돌아왔구나
땅과 하늘 길
굽이굽이 바람서리 이겨내면서

마음호수 잔잔하다
겨루어야 할 일도
안개 속 헤매야 할 일도
의자 다툼마저 이제 없다

파아란 하늘이
마음속 빈자리 가득 메우고 있을 뿐

아직 못한 채 오래 끼고 다녔던
색안경이 사라지고
산과 들, 사람, 정치 뜨락도
있는 그대로 보이는구나

스쳐가는 자연 바람만 상쾌하다

■전석홍 프로필
▶전남 영암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정치학과 졸업
▶‘시와문학’으로 등단
▶저서 ‘소도읍개발론’
▶시집 ‘담쟁이 넝쿨의 노래’, ‘자운영 논둑길을
걸으며’, 내 이름과 수작을 걸다‘, 시간 고속열차를 타고’,
‘괜찮다 괜찮아’, ‘원점에 서서’
▶전라남도 도지사 역임

▼인생 마라톤에서 완주한 이후에도 남은 세월의 영지에다 문학의 농장을 가꾸며 인생 이모작을 선택한 전석홍 시인의 남다른 덕목이 빛난다.
중고교 시절부터 글을 따라서 활동했던 문학청년의 자세로 과실나무 키우듯 정년 없는 글밭을 일구며 시문학 생산에 전념하고 있다. 덕분에 여느 경우처럼 한 시절에 사회적으로 군림한 일로 문제의 포토라인에 서거나 왕년에 화려했던 스타 선수의 노련처럼 퇴락한 모습은 보일 리 없다.
철따라 꽃피고 영그는 문학 과수원에서 풍성한 과일과 건강으로 창작의 보람을 오래도록 누리게 된다. 어쩌면 변증법적으로 오랜 나그네 길을 거쳐서 드디어 오아시스 같은 문학의 본고장에 돌아와 자리 잡은 장본인이랄까. /이명재(문학평론가,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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