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人寄遠(대인기원)/최승로
전쟁터에 나간 수레 이별하고 오는데
몇 번이나 누대 올라 기대어 보았는지
사랑이 빨리 오는 것 원하지를 아니하오.
一別征車隔歲來    幾勞登覩倚樓臺
일별정거격세래      기로등도의루대
雖然有此相思苦    不願無功便早廻
수연유차상사고      불원무공편조회

전쟁을 했다하면 한 쪽의 승리와 다른 한 쪽의 패배는 엇갈린다. 승자만이 살아남고, 패자는 멸망하기 마련이다. 전쟁을 독려했던 큰 스승일지라도 멀리서 보내고 나면 뒷일이 궁금함은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공을 떠나서 우리의 상황은 늘 그랬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소망 때문에도 더욱 그랬을 것이다. 한번 전쟁터로 나간 수레의 행렬과 이별하고 해가 다시 오는데, 전쟁의 공도 없이 빨리 오는 것일랑 원치 않는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전쟁의 공 없이 오시는 것 원치 않습니다(代人寄遠)로 번역해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최승로(崔承老:927~989)로 고려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토호들의 횡포로 인한 세공 수납의 폐해를 시정토록 12목을 설치하면서 목사를 상주시켜 중앙집권적 체제를 갖추도록 했던 공을 인정받았다. 988년 문하수시중에 승진하고 청하후에 봉해지기도 했다. 시호는 문정(文貞)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한번 전쟁터로 나간 수레를 이별하고 해가 오는데 / 몇 번이나 애써 누대에 올라 기대어 바라보았는가 // 비록 사랑의 괴로움이 이와 같을지라도 / 전쟁의 공도 없이 빨리 오는 것일랑 원치 않는다]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전쟁터에 나간 임에게 붙임]로 번역된다. 인류의 변천사는 전쟁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전쟁은 인류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바꾸어 놓았다. 전쟁터로 끌려간 임을 보고파 그리는 시가 많다. 밤마다 보채는 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고, 바람에 날리는 낙엽 소리가 귓가를 적실 때도 그런 생각들을 했다.

시인은 주체할 길 없는 임의 소리가 들고팠고, 임의 얼굴이 보고팠음을 여과 없이 노정해 보인다. 한번 전쟁터로 나간 수레를 이별하고 해가 다시 떠서 오는데, 몇 번이나 애써 누대에 올라 기대어 바라보았는가라는 시심을 발휘했다. 수레를 타고 전쟁터로 나갔던 그 뒷모습은 아련했을 것이며, 몇 번이고 뒤돌아보면서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을 지도 모른다. 전쟁의 비참함과 인간이별의 고통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화자는 전쟁이란 비통한 심정을 그대로 토해내고 있다. 비록 사랑의 괴로움들이 이와 같을지라도, 전쟁이란 공은 아무 것도 없이 빨리 오는 것일랑 원치 않는다고 했다. 전쟁으로 인한 이별을 괴로움이라고 했고, 이 괴로운 전쟁을 진정 원하지 않는다는 고통의 하소연 한 마디를 쏟아내고 만다. 수많은 전쟁에서 여인들이 몸으로 겪었던 성폭행 등도 이제 생각할 일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한 번 이별 해가 바뀐데 누대 올라 기대보네, 괴로움이 이 같으니 전쟁 공은 원치 않소’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一: 한 번. 別征車: 전쟁터에 나간 수레와 이별하다. 隔歲來: 해가 다시 오다. 幾勞: 몇 번이나 애써서. 登覩: 올라가 바라보다. 倚樓臺: 누대에 기대다. // 雖然: 비록 그러나. 有此: 이 같다. 相思苦: 사랑의 괴로움. 不願: 원치 않는다. 無功: (전쟁의) 공은 없다,. 便早廻: 다시 일찍 돌아오다.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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