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렇게 씨 많이 뿌리면 누가 다 거둔대요?
새가 날아와 씨째로 낱낱 쪼아 먹지.

요렇게 씨 많이 뿌리면 누가 다 거둔대요?
벌레가 기어와 잎째로 슬슬 갉아먹지.

요렇게 씨 많이 뿌리면 누가 다 거둔대요?
나머지 네 먹을 만큼만 남는다.

하종오(1954)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75년 현대문학에‘허수아비의 꿈’
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다. 사회성이 강한 민중 시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씨 뿌리는 농부의 마음으로 살면 이 땅에 평화가 올 텐데…. 농부는 인간을 위해서만 농사를 짓는 게 아니다. 새와 벌레를 위해서도 농사를 짓는다. 그것이 진정 모두를 위한 가장 진실한 길이다. 이 땅에 새와 벌레가 살지 못한다면 인간은 자연이 될 수 없지 않겠는가.

진정 부유한 사람이란 이렇게 씨 뿌리는 농부와 같이 남이 배가 불러야만 비로소 자기 배가 부른 사람이다. 늘 자기 몫에 만족해하는 사람이다. 주지 않고는 얻을 수 없고, 나누지 않으면 가난할 수밖에 없고, 나눌수록 부자가 되는 사람이다. 지금은 새와 벌레가 먹어도 내가 먹을 만큼은 남는다는 믿음이 필요한 시대! 그 믿음이 탐욕을 낳지 않는다.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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