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申東曄) [1930~1969] . 그는 현대시 100년史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처해있던 가장 불행했던 시대를 살다간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1930년 8월 18일 충남 부여읍 동남리에서 태어났다. 신동엽의 유년 시기는 일제의 군국주의가 수탈정책을 극도로 강화하여 헐벗고 굶주림이 지배하는 절대적 빈곤의 시대였다.

신동엽의 대표작인 이 시는 '껍데기는 가라'라는 말의 6번의 단순한 반복이 지루하지 않고 감동을 자아내는 것은, 현실을 그만큼 많이 차지하고 있는 '껍데기'라는 존재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시인이 원하는 것은 한마디로 '껍데기'는 이 땅에서 사라지라는 것이다. 그러면 '껍데기'가 무엇인가? 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 행에 나오는 '쇠붙이'뿐이다. 다만 '껍데기'와 대조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바로 '4월혁명의 순수성, 동학혁명의 아우성, 아사달 아사녀의 맞절, 향그러운 흙가슴' 등인데, 이것들을 통해 껍데기의 의미를 유추해 보면 "가짜, 거짓, 위선, 불의, 참된 민족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 민족과 국토의 통일을 방해하는 것, 민족을 파멸로 이끄는 외세와 전쟁 따위일 것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분노스러운 때에 망언과 가짜뉴스와 토착왜구 같은 언행응 일삼는 이 땅의 껍데기들은 가라
/출처:신경림의‘시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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