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지났다. 귀성의 부담스럽고 고달픈 여정이 만들어낸 무수한 화제들은 이제 설날 이전까지는 여운을 남기며 스러져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에서의 짧았던 만남들은 흑백사진처럼 오래도록 장흥인들의 심연에 찍혀 있을 것이다. 고향 그리고 고향의 사람, 사물, 사연들은 어떤 시간 속에서도 물끼 번지는 이야기들이며 되풀이해도 나정나지 않은 말마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향인들의 눈과 귀는 고향인 장흥을 향해서 함빡 열려 있음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디지털 시대의 기기들을 응용하여 장흥의 소소한 사연들을 인지하고 있었고 사연마다에 촌평을 아끼지 않으면서 천상 ‘장흥 사람’일 수 밖에 없는 원초적 소속감을 표현하는 것 이었다.

그 소속감과 향수어린 감정의 내면에는 고향인 장흥에서의 소식에 목말라 있었고 언론 보도와 사람들간의 소식통과 SNS를 통해서 거의 시시콜콜 알고들 있었다. 그많은 고향의 소식들이 화제에 오르면 인간의 속성인 비판보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우선하고 있었다. 고향이라는 존재는 마법처럼 향인들의 가슴 속에서 선한 이미지로 형상화 되는 것을 반가워 했다. 그리고 그 선하고 반갑고 좋은 이야기들을 담론하면서 자긍심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향인들이 귀성하여 혹은 생존해 계신 부모님들에게 효도하고 친척들과 우애를 나누고 오래 교류가 없었던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들이 즐겁고 흔연한 것 처럼 명절의 행간에 고향의 크고 작은 일들 중에 자랑할만한 소재들이 있다는 것이 기분 좋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원초적 동질성 특히 고향이라는 모성적인 존재가 작용하는 아름다운 현상일 것이다.
“저 그 오랜지호는 은제부터 뜬단가요. 우리 가족이 한번은 오렌지호 타고 제주도 여행 갈라고 했는디.. 그 참 아쉽네요”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들어 온담스로요. 그것이 제법 청정 에너지 시설이란디..와..1조가 넘는 사업이 장흥에 유치 되는 것은 처음이지요? 까탈없이 잘  되었으면 좋것네여”
“금년에는 물축제에 오들 못했는디..올해도 좋았단디.. 사는 것이 뭣인지..내년 여름에는 형제계가  물축제때 모이기로 했은께..”
“군수 재판이 참 잘 되었데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그양반 인상도 좋고 일도 열심히 한담스로요. 말 듣기로는 농업 농정 전문가인디다 장흥 온 동네를 다님스로 현장 체험을 해서 기대가 되든디요. 으짜다가 실수로 선거법위반이 적용 되었다지만 판결이 좋게 나와서 그 소식이 반갑데요. 인자 실수 없이 잘 하것지요”
“우리 아부지가 그랍디다. 우리가 뽑은 군수인디 4년간은 일 잘하게 밀어 주어야 쓴다고.. 그 말이 맞어.. 군수가 흔들리면 우리 손해인께..”

향인들의 촌평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군정의 시시콜콜한 내용을 세부적으로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의적이고 상식적인 향인들의 어간이 지향하는 것을 간과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들은 지역의 정파적 상관 관계나 소수의 여론을 감안 하고 있지는 않지만 대국적인 측면에서 고향인 장흥을 사랑하는 당연한 여론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15만의 군민이 거주 하던 장흥이었지만 이제는 인구의 절벽 시대에 도래 하여 4만의 벽이 무너진 우리들의 고향.. 이 곳을 고향이라는 존재감으로 그리워하고 귀성하는 길목을 마다하지 않고 그 행간에서 희망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30만 향인들의 눈과 귀는 고향을 향해 열려 있다. 그 열려 있는 향인들의 생각이 그저 고맙고 든든하다는 것을 금년 추석 명절에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군수도 공직자도 기관 사회 단체장들도 군민들도 향인들의 담론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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