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정묘지>는 위 1),2)詩 작자를 '南湖 선세기'로 보았지만, <聽禽유고, 남호시사記>는 1)詩에는 "기(寄)이제(二弟) 정렬,정명"이란 詩題를 달아두고서, 2)詩에는 "按(안)南湖조은(釣隱) 疑(의)先生자칭(自稱)"이라 부기하면서 聽禽 작품으로 전제하였다. 이번 <역주 청금유고>도 그대로 옮겼다. 필자 의견이다. 우선, 2)詩 경우는 <정묘지>를 따라 '南湖 선세기'로 받아들인다. '南湖'호칭 자체가 ‘선세기’의 ’號'인데다가, 聽禽이 '선세기‘를 ’南湖조수(釣?)'로 지칭한 선례를 보면 ‘남호조은(釣隱)’과 동일인물일 것. 또 편자 '위계룡(1870~1943)'이 "按(안)/疑(의),선생자칭(自稱)으로 짐작된다."고 소극적으로 추측한 점, 진정 聽禽이 작자라면 애초 <남호詩史記>가 아닌, <청금詩史記/ 天風시사記>로 명명해야 합당했다는 점을 종합하면, ‘남호 선세기’가 그 작자일 것. 반면에 1)詩는 그 가능성이 반반으로 나뉜다. 그래도 聽禽의 활동 공간은 ‘남호’가 아닌, ‘천풍산’이며, 聽禽이 ‘남호 선세기’를 기린 “祭(제)남호詞”에서 ‘남호’의 거처를 “有靑山於湖上”이라 했던, 그 표현이 1)詩에 “湖上有靑山”으로 먼저 등장한 점, 1606년 사마시에 ‘동생 선세휘’와 형제 연벽으로 입격하였던, ‘兄 선세기’에 대해서는 <정묘지>에 “혼조(昏朝)불복”이라 기록한 사정에 비추어보면 ‘南湖’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비록 <聽禽유고>에 1)詩가 등장하여도, 나머지 <가장략, 위씨충의록, 행장>등은 1)詩를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가장략>에 “혼조(昏朝)에 강상 문란하여 은거하였다”, <위씨충의록>에 “진사입격 후 시대 혼란함에 진취 않고 두문독서 했다”라 되어 있다. 그런데 의문이 남는다. <행장>에는 “문과초시를 통과하고 복시준비를 위하여 상경하였다가 1621년 이른바 폐모별과에 불응하고 4형제가 남쪽으로 귀향했으며, ‘혼조기과사(昏朝棄科事)’를 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그 은거시점에 대해 ‘앞쪽에는 1612년 진사시 시점’으로, ‘뒤쪽에는 1621년 문과별시 시점’으로 서로 모순된다. 그렇다면 1612년 진사시 직후에 聽禽이 바로 불사과장(不事科場)하지는 않았다는 말.
필자의 추론이다. 聽禽은 ‘광해군을 적극 지지한 동생 沙村’과 ‘혼조불복(昏朝不服) 태도를 취한 형 南湖’의 정치적 입장이 서로 다른 것을 목도하고 인조반정 세력으로부터 ‘南湖’를 변호하고자 <南湖시사기>를 써놓은 것 아닐까? (인조반정 후에 광해군지지 세력을 색출 처벌하는 전국적인 척결 작업이 있었다.) 그런 시대적 곡절을 후인이 오해하고서 위 1),2)詩 작자로 聽禽을 거명한 것으로 짐작한다. <역주 청금유고>에 다시 접하노니, 천풍지객(天風之客), 聽禽 선생이 다시 존경스럽다. 聽禽선생은 天風을 타고 훨훨 날며 주변 새소리에 귀 기울이는 ‘聽禽(listening to the bird) 詩鳥’로 여겨진다.(실제 <청금유고>에는 여러 새들이 등장한다) 또한 ‘聽禽’은 ‘청계 위덕의’의 ‘聽溪’의 '聽'을 계승했을지 모른다. 이하, 지면상 <역주 청금유고, 이병혁 역>의 ‘오언절구 3수, 칠언율시 1수’를 소개한다. 이 지면을 빌어 ‘청금(聽禽) 위정훈, 사촌(沙村) 선세휘, 남호(南湖) 선세기’ 세 분을 추모 위로하며, 1936년에 그 유고를 수습한 ‘오헌 위계룡’ 선생에게도 감사드린다.

  - 謹次答沙村 (삼가 ‘沙村’의 시에 차운하여 답하다)
見時還有別 만날 때가 또한 헤어질 때가 되니
別後更相思 이별한 뒤에 서로 다시 그리워하네.
見亦如不見 보면서도 못 본 것과 마찬가지인데
況多不見時 하물며 거의 만날 때 없었음에라

- 花時相見欺沙村 (꽃 피면 서로 만나자면 ‘沙村’을 속이다)
言斯雖不踐 이 말을 비록 실천하지 못했어도
心約不相違 마음속 약속 서로 어기지 않았으니
花時訪未訪 꽃 필 때 찾고 찾지 못하는 것은
不在歸不歸 돌아오고 못 옴에 있는 것 아니네.

  - 聞南湖有疾走筆求和 (‘南湖’의 질병 소식 듣고 붓 휘둘러 화답 구하다)
我聞兄疾病 내가 兄 병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起立望秋風 일어나 가을 바람 바라보고 서서
近拜南湖曲 가까이 南湖 굽이에서 절 하고
雙魚對眼中 쌍어 편지 보내어 눈 마주 한다네.

  - 存沒古體贈沙村 (존몰存沒을 고체古體로 지어 ‘沙村’에게 주다)
謫仙不見近揮毫 적선(謫仙) 볼 수 없되 남긴 휘호 가깝고
湖老流轉舊小稿 ‘南湖 노인’ 전해준 작은 시고 예스러워
寂寂沙村閉門臥 적적한 ‘沙村’은 문 닫고 누워있다 하고
江楓惟繫釣魚? 강가 단풍나무에 오직 낚시 배 매었네.
吟詩湖老騎鯨去 詩 읊던 ‘南湖 노인’ 고래 타고 떠나니
詞翰沙村病鶴貧 시문 능한 ‘沙村’은 병학처럼 가난하네
江山誰過宋玉宅 강산에 누가 ‘宋玉’의 집을 지나가는가
人間不見謫仙人 인간 세상에 謫仙人 더 볼 수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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