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명나라 말기 문인 홍자성은 그의 저서 채근담에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으로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라 했다. 이 말은 자신의 인격 수양에 힘쓰고 남에게 관용을 베푸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주로 쓰인다.

 채근담의 구성은 전편(사람과 교류) 222조, 후편(자연에 대한 즐거움) 135조로 구성되었는데, 전체적으로는 인생의 처세를 다루고 있다. 채근이란 나무 잎사귀나 뿌리처럼 변변치 않은 음식을 말하는데 채근담의 문구들이 오늘날 까지 매우 심도 있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 변변치만은 않은 것 같다.
대인춘풍 지기추상을 좀 더 깊게 요약해 보면 자신을 엄격히 대하며 인격 수양에 힘쓰고 남에게 관용을 베푼다면 여러 사람에게 존경을 받게 되고 미움을 사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뜻의 사자성어로는 자신에게는 박하게 남에게는 후하게 한다는 뜻의 ‘박기후인(薄己厚人)’, 남에게 자비로우면 적이 없다는 뜻의 ‘자비무적(慈悲無敵)’이 있다. 또한 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해주면 훗날 반드시 보답을 받게 된다는 뜻의 ‘절영지연(絶纓之宴)’, ‘절영지회(絶纓之會)’와도 상통한다.

 이와 같은 관용의 자세는 동양에서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되어 여러 문헌들에 기록되었다. 명심보감 존심 편에는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책망하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는 표현이 있다. 또한 공자님은 논어 위령공편에서 “자신을 엄하게 책망하고 남을 가볍게 책망하면 원망이 멀어질 것이다” 라면서 갈등을 해결하고 화합의 길로 나가기 위해서는 관용의 자세가 중요함을 강조했는데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큰 교훈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을 담아 청와대 각 비서관실에  '춘풍추상' 액자를 선물하였다고 한다. 독재자와 새마을 경제일꾼의 대명사를 함께 지닌 박정희 대통령의 좌우명이라고도 하니 세상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요즈음 춘풍추상의 글귀가 여기저기서 떠오르는 것을 보면 어디선가 거꾸로 사용하지 않나 싶다. 나와 우리 편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게 대하고 다른 사람과 남의 편에게는 차가운 서릿발처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면 공평과 정의를 부르짖을 수 있을까? 남을 배려하고 도와주기는커녕 무시하고 괴롭힌다면 이 사회는 어디로 갈 것이며 우리의 후학들과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겠는가.
불가의 수행자들의 최고의 덕목이라고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생각난다. 남에게 이롭게
하면서 자기 자신도 이롭게 하는 것. 대승의 보살이 닦는 수행태도로서, 자리란 자기를 위해 자신의 수행을 주로 하는 것이고. 이타란 다른 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자리이타를 원만하고 완전하게 수행한 이를 부처라 한다는데, 우리의 지도자들과 정치권은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것 같다.

또한 2천 년 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내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을 보고 정죄하는 행동이나 습관을 심하게 꾸짖었다고 한다. 오늘의 우리가 나와 우리 편 안에 있는 커다란 허물을 보지 못하고 아니 애써 감추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분쟁을 만들고 분열을 일으키고 서로 상처 입히는 우리 사회가 되고 있다고 본다. 향원(鄕原)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향원은 공자가 논어에서 처음 얘기한 말인데 맹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향원은 행실은 염치가 있고 고결한 것처럼 보여 뭇 사람들이 그를 환호하지만 사회적 위치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선비의 본분인 사회정의 실현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사이비 지식인이다.’ 향원은 이기주의, 언행불일치, 독선주의의 소유자로 ‘도덕의 적’ 즉, 도덕을 파괴하는 사람이라고 맹자는 규정한다.

가슴이 미어지고 슬프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때만이 아니다. 이제 우리 지역사회부터 용서와 사랑 그리고 나눔과 소통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지도자들과 정치권의 뼈를 깎는 고통과 아픔이 있어야 한다. 지금 나는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책망하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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