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 벽면에 전시된 안중근 의사 유묵
-이 유묵중에는 구마모토현 키쿠치(菊池) 출신으로 안의사의 재판 과정 통역을 담당했던 스노키 스에요시에게 전한 유묵이 있음. 스노키 스에요시는 안중근의사의 인품과 신념에 감명 받아 맣은 후일담을 남겼다고 전해 지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반일과 극일의 결기어린 국민적 감정이 아직도 그 진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인의 일본상품 불매 운동은 기한 없이 위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한국인들의 결단으로 일본의 유명 관광지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인의 일본관은 민족적 자긍심을 확립하는 단초가 되고 역사, 문화, 경제, 사회 분야에서의 한일관계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태동되고 있다.
역사 의식이 미약했던 일부 계층의 소위‘일빠’로 지칭되던 일본 상품 일본 문화에 맹목적인 애착을 보이던 유행마저 멈추게 했던 극일의 사회의식 확산은 향후 어떤 모양으로 정리 되더라도 새로운 대일 관계를 형성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렇듯 민감한 시기에 지난 11월 6일 일본 구마모토시에서 개최된 학술행사는 내외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재일한국민단구마모토현지방본부’와 ‘동양평화연구소’가 주최하고 ‘주후쿠오카한국총영사관’ ‘한국재외동포재단’ ‘(사)안중근의사숭모회’가 후원한 것은 일리가 있다 치더라도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구마모토일한친선협회’ ‘구마모토일일신문사’ 또한 후원 기관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의외였다.
왜냐하면 학술행사의 주제가 ‘20세기 한일관계와 오늘의 이야기-안중근의사의 동양평화론으로 설정 되어서였다.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가장 위세있는 정치인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한 대한제국의 청년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주제로 하여 오늘의 한일 관계를 담론하자는 학술행사에 일본의 자치단체들이 후원으로 기명하였다는 것은 어쩌면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이 곁들여 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대한對韓 경제보복은 아베 정권의 정치적 술수이며 대다수 일본인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기류로 해석하는 것은 아전인수일까.

학술행사의 주제발표 인사는 김황식金滉植 전 국무총리(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장)였으며 토론 인사는 미츠노 에이치(牧野英二, 호세이대학 명예교수) 히라타 아츠시(平田厚志, 류코쿠 대학명예교수) 로 이들은 역사분야 전공으로 한,일관계의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강단에서 강의를 하였던 전력이 있다고 했다. 다른 한분은 전라남도와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일본 코치현(高知縣)의 의회 의장을 역임하고 일본인으로 명예전남도민으로 선정된 소위 지한파인 니시모리 시오즈(西森湖三)였다.

행사장은 구마모토시의 번화가이며 관광 명소에 위치한 구마모토성내의 다목적 교류홀이었다. 오후 6시에 개회되는 행사에는 120명의 한정 좌석에 선착순 입장으로 참여 인원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사전에 행사장에 도착하여 우려를 금할 수가 없었다.
 이런 시기에 일본의 정치적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이토히로부미를 암살한 조선인 청년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주제로 하는 학술행사에 일본인들이 과연 얼마나 관심을 보일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런 우려를 행사의 실무를 담당하는 최상철 민단본부 사무국장에게 피력 하였다.
“일본의 대한관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재일동포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작금의 대일 감정이 고조될수록 재일동포들의 입장은 곤혹스럽지요.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극복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더욱 당당하고 의연한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안중근의사의 ‘동양평화론’을 학술행사의 주제로 선택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현지인들의 많은 의견을 수렴하였는데요. 오히려 현지인들의 관심과 지지가 활발 합니다. 보세요. 성공적일 것입니다”
최상철 국장의 대답처럼 필자의 이런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였다.
일본인 특유의 국민성이랄까. 개회 5분전의 시간쯤에 준비된 120석의 좌석이 부족하여 주최측의 자원봉사자들은 서둘러 30여석의 예비 좌석을  늘려야 했다. 그야말로 성황이었다.
접수처에 등록한 참석자들의 인적 상황은 일본인들이 삼분지2에 육박하였고, 특히 일본인 교사들이 대거 등록 하였다면서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고무된  민단 본부의 사무국장이 귀띔해 주었다.

학술 행사는 한국어 통역이 없이 진행 되었다. 일본어를 해독하지 못하는 필자를 배려해서 민단본부 중앙위 정영진 의장의 부인 진일미 여사께서 필자의 곁에 앉아 실시간으로 행간을 통역해 주었다. 주제 발표와 토론은 1시간 30분을 넘게 진행 되었다. 이어서 진행된 질의 응답의 순서가 행사의 열기를 고조 시켰다.
일본의 중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질의에 나서서 일본의 교과서가 한일간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칠 수 없는 내용으로 일관 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면서  선배 학자이며 학생들을 가르친 토론 인사들에게 그 대책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질의 희망자가 너무 많아서 사회자의 제한으로 2시간여의 학술행사가 성료 되었다.

행사 종료 직전 민단 본부의 최상철 사무국장이 한국 전남 장흥군에 소재한 해동사와 안중근의사와의 관계, 해동사의 역사성과 가치성에 대한 진지한 소개가 있었다.  민단본부에서 번역한 해동사 소개 자료가 배부되었기 때문에 이어진  만찬 행사에서 해동사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기도 하였다. 해동사가 청중들의 관심을 고조시킨 연유는 안중근의사의 행적을 선양 하는 기념단체나 사업회가 아니라 한국 최초 유일하게 안의사의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기제사를 드리는 사당이라는 것이 화제로 부상 되어서 였다.

필자가 이 뜻 깊은 학술 행사에 초대받은 것은  연유가 있어서였다.
지난 7월26일~28일간 재일한국민단 후쿠오카현지방본부와 구마모토지방본부 임원들 20여명이 정남진물축제를 향유하기 위하여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이들 재일동포 민단 인원들의 물축제 방문을 환영 하는 자리에서 정종순군수께서 해동사를 소개하였고 이 내용을 관심있게 청취한 구마모토민단본부에서 언젠가는 모국 문화 탐방의 주제를 ‘장흥군 해동사’참배로 설정하고 싶다는 논의가 있었고 그래서 기히 한국전통예술공연의 교류가 있었던 필자를 초대한 것이었다.
특히 학술행사의 주제발표 인사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께서 금년 5월에 정종순군수의 안내로 장흥군의 해동사와 정남진 전망대의 안중근 의사 동상을 견학하였던 과정을 이야기 하면서 장흥군의 안중근의사 선양은 그 차별성과 개성의 측면에서 향후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 곁들여 졌다.

필자는 이 학술행사의 현장에서 현지 일본인들의 뜨거운 반응에 이윽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현지 지식인들과 교사들이 대거 참석하여 시종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주제들을 질의하는 열기가 참으로 놀라웠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역사, 문화, 정치, 사회, 역사 문화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나라 그리고 재일동포라는 신분의 한국인들이  사는 나라 그 나라에서 안중근의사와 우리 장흥군의 해동사를 담론 할 수 있었던 시간과 공간을 공유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오래 기억될것 같았다.

◀일본어로 번역소개된 해동사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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