寄無說師(기무열사)/김제안 
옳다느니 그르니 세상사가 분분하여
십 년의 흙먼지에 옷을 다 더럽히고
새 우는 봄바람 속에 사립 닫고 있는지.
世事紛紛是與非    十年塵土汚人衣
세사분분시여비      십년진토오인의
洛花啼鳥春風裏    何處靑山獨掩扉
낙화제조춘풍리      하처청산독엄비

고려 말 시비是非만이 분분한 난세를 살아가는 시인이었음을 생각하고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스님은 티끌세상의 모든 것 훌훌 털어버리고 어느 청산에 계실까를 떠올린다. 부는 바람에 꽃 지고 새들이 지절대는 봄날 스님이 더욱 보고 싶었으렸다. 세파에 물들지 않은 스님이 더욱 부럽고 보고파서 쓴 그리움이 묻어난다.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은 비로소 지고 새만 우는데 어느 청산에서 홀로 사립문을 닫고 있는 것인가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어느 곳 청산에서 홀로 사립문을 닫고 있는가(寄無說師)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김제안(金齊顔:?~1368)으로 고려 후기의 문신이다. 김방경의 현손이고 상락군 김묘의 아들이며 급암 민사평의 외손자이자 척약재 김구용의 동생이다. 1364년(공민왕 13) 과거 급제하여 좌정언이 되었다. 정몽부, 이숭인, 정도전 등과 교우하였다. 신돈을 모살하려다 실패하고 오히려 죽임을 당했다.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옳다느니 그르다느니 말하며 세상사가 분분하여 / 십 년의 흙먼지에 사람의 옷은 다 더렵혔네 //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은 비로소 지고 새만 울고 있는데 / 어느 곳 청산에서 홀로 사립문을 닫고 있는 것일까]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무열 스님에게 보냄]로 번역된다. 고려 공민왕 때 신돈을 제거하려다 오히려 화를 입은 시인이고 보면 이 시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려말 시비是非만이 분분한 난세를 살아가던 시인으로는 티끌세상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어느 청산으로 홀로 사립문 닫고 초연히 지내고 있을 무열스님을 부러워 했으렸다.
시인은 공민왕의 난세에 제거하고 싶은 자를 제거하지 못한 심산은 그야말로 험난의 세상이었다. 그래서 옳다느니 그르다느니 세상사 분분하여, 십 년 동안의 흙먼지에 사람의 옷을 다 더렵혔다는 자기 한탄을 하게 된다. 여기서 된다 안 된다는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을 이해하면 충분하게 이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화자는 어지러운 세상을 한탄하더니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 지고 새가 울고 있는데, 어느 곳 청산에서 홀로 사립문을 닫고 있는 것인가를 묻게 된다. 부는 바람에 꽃이 지고 새가 지절대는 스님이 더 보고 싶었는데, 종적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시는 시인이 무열대사에 대한 그리움을 담는 시상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시비 세상 분분해도 흙먼지에 더럽히네, 봅 바람에 꽃이 지고 청산엔 사립문 닫나’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世事: 세상사. 세상을 살아가는 사정. 紛紛: 분분하다. 是與非: 옳다와 그르다. 十年: 10년. 塵土: 흙먼지, 즉 세상살이. 여기서는 벼슬길로 봄. 汚人衣: 사람 옷을 더럽히다. // 洛花: 꽃이 떨어지다. 啼鳥: 새가 울다. 春風裏: 봄바람이 부는 가운데. 何處: 어는 곳. 靑山: 청산. 獨掩扉: 홀로 사립문을 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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