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價亭(무가정)/운곡 원천석
정자이름 무가라 헤아리기 어려워라
산과 물을 보기로는 이곳이 으뜸인데
해천운 정말 좋아라, 초승달이 걸려있네.
亭名無價價難期    山水遊觀此最奇
정명무가가난기      산수유관차최기
正好海天雲破處    一眉新月掛松枝
정호해천운파처      일미신월괘송지

무가無價는 일정한 값이 정해져 있지 않음 혹은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무가정無價亭이란 이름처럼 정자의 이름 또한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품위며, 좋은 지역의 명소에 있었겠다. 아마 그것은 사람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았고 산과 물에 노닐기에는 아주 절경이었던 모양이다.
마치 바다 하늘에 구름이 걷혀서 보기에도 정말 좋았었는데, 눈썹 같은 초승달 동산에 떠오르면서 솔가지에 걸렸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정자 이름 [無價]라 했으니 값 헤아리기 어렵네(無價亭)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운곡(耘谷) 원천석(元天錫:1330∼?)으로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인이다. 고려 말 정치가 문란함을 보고 개탄하면서 치악산에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부모를 봉양하고 살았다. 태종 이방원을 왕자 시절 사부師父가 되어 가르친 적이 있어서 그가 즉위 후 운곡을 기용하려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정자 이름 ‘無價’라 하니 값 헤아리기 어렵고 / 산과 물 노닐며 보기엔 이곳이 으뜸일세 // 바다 하늘에 구름이 걷혀 정말 좋은데 / 눈썹 같은 초승달 솔가지에 걸렸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무가정에서]로 번역된다. 무가정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개경 인근이나 운곡 고향 근처에 있었던 정자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무가無價’라면 값이 없다 혹은 너무 귀중한 물건이라 값으로는 그 가치를 헤아리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렇다고 공짜로 준다거나 아무렇게나 취급한다는 그런 뜻은 아니리라.
시인은 이런 점에 착안하여 무가의 진정한 의미를 부여해 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게 된다. 정자 이름이 ‘무가無價’라 했으나 값을 헤아리기 어렵다고 하면서 산과 물에서 노닐며 눈으로 보기로 말한다면 이곳이 가장 으뜸이라는 시상을 떠올린 것이다. 제일 좋은 곳을 무가라 했음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돈을 내지 않고도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을 이렇게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화자는 이와 같이 좋은 경치를 품에 안은 무가정이야말로 천하제일이라는 시상을 떠올리고 있음을 다음에서 살펴본다. 바다 하늘에 구름도 걷혀 구경거리가 정말 좋은데, 눈썹 같은 초승달이 솔가지에 오뚝하게 걸려 있다는 시상이 그것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무가정 헤아리기 어렵고 산과 물 으뜸일세, 하늘 구름 좋은데 초승달은 소나무가지’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亭名: 정지 이름 無價: 값이 없다. 價難期: 값을 헤아리기 어렵다. 山水: 산과 물. 遊觀: 노닐며 보다. 此最奇: 이곳이 가장 으뜸이다. // 正好: 정말 좋다. 海天: 바다 하늘. 雲破處: 구름이 걷히다. 一眉: 눈썹 같다. 눈썹 하나 같은. 新月: 초승달. 掛: 걸리다. 松枝: 소나무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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