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거절속에서 자란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는 성인이 되도록 자라나지 못한  아이가 있습니다. 거절 당한 상처가 만들어낸 자아이지요.
마음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이 ‘거절당한 자아’는 거절이 두렵습니다. 그리고 거절을 당할 경우 극도로 좌절하거나 극도로 분노합니다. 물론 거절이 즐겁거나 유쾌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거절당한 자아는 거절에 대한 느낌과 감정이, 그리고 반응이 유난히, 그리고 극단적으로 예민합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받았던 거절의 아픔이 너무나 크고 쓰라리니 성인이 된 후에도 그럴 수밖에 없지요
거절당한 자아는 사랑과 용납을 받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욕구를 억누릅니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그런 욕구를 반복적으로 거절당했기 때문입니다.
거절당한 자아는 누군가로부터 조금이라도 관심이나 사랑을 받으면 그 사람에게 병적이라고 할 만큼 과도하게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집착’이지요. 집착은 사랑과는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병들고 비틀어진 사랑이라고나 할까요. 병든 식물을 먹지 못하듯이 병든 사랑은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없습니다. 거절당한 자아를 지닌 사람은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은 사랑한다고 하는데 그 사랑이 상대방을 찌르거나 조이고 힘들게 하고 숨막히게 합니다. 사랑이 아니라 고통을 주는 것이죠. 사랑 자체가 병들었기 때문입니다. 온 몸에 가시가 나있는 사람이 사랑한다고 상대를 덥썩 껴안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결국 거절당한 자아는 사회생활 과 인간관계가 고립적입니다. 여럿 속에 섞이는 것보다는 혼자 지내는 것을 더 편안해 하고 좋아합니다.  혼자 노는 것에의 익숙함이라고나 할까요? 주로 생계로 바빴던 것이 이유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였던 어렸을 때부터 혼자였던 환경에의 익숙함, ‘엄마 바쁘니까 너 혼자 가서 놀아’라는 말과 함께 무의식 속에 깊이 박혀있는 그 익숙함을 자기도 모르게 찾아가고 있는 겁니다. 둘이나 셋 혹은 그 이상이 있으면 일일이 상대의 기호나 욕구를 살펴 눈치보고 배려하고 맞추어야 하는데, 혼자이면 그럴 필요가 없고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훨씬 편하게 느끼는 거지요..
이런 사람은 당연히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거나 어울리지 못합니다. 깊은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가 없거나 있어도 극히 적구요, 정서적인 유대감도 매우 단조롭거나 제한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칭찬을 원하면서도 막상 칭찬을 받으면 잘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상대방이 괜히 비행기를 태우나보다 하고 여기기도 하지요. 자신은 그 정도로 칭찬받을 만큼 가치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일종의 자기불신이 무의식 속에 뿌리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하지요
거절당한 자아는 이렇게 외롭습니다. 거절당하고 홀로 남겨졌으니, 수용받지 못하고 밀쳐졌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단지 외로움만이 아닙니다.  거절당한 자아에게 생겨난 또 다른 감정은 분노, 그리고 적대감입니다.
세상의 어느 누구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분노와 적대감, 무리 속에 잘 끼거나 어울리지 못하고 멀찌감치 뒷걸음치는 고립감, 그리고 오히려 상대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유없이 불손하게 대한다고 느끼는 일종의 피해망상 다 거절당한 자아가 느끼는 주된 감정과 현상들입니다. 심하면 그 모든 감정은 법이나 사회질서를 위반하고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부모의 거절을 곧 세상의 거절이라고 받아들인 아이에게는 자기를 통제하는 세상의 법과 질서를 분노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본인이 알아차리기도, 깨닫기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상의 법을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교도소 생활을 하는 수감자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이 가혹할 만큼 결핍 뿐이었던, 아픔과 상처의 주인공들입니다. 세상은 그들을 법으로 심판할 뿐이지만,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은 그래서 진리입니다.우리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고, 세상에 나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사랑이 부족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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