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행간에 한 규슈 시인이 세편의 시를 보내 왔다.
고향 장흥을 떠나 살면서도 고향을 잊지 못하는 간절함은 코로나19사태로 자칫 삭막해 지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고향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사무치게 생각나는 계절, 오월을 지나칠 수 없는 심정이었다고 밝히고 있었다.

자주광대나물꽃 / 이숨

▲이 숨 시인

해름참에
초록 대문에 기대어 집 나간 딸을 기다리는
어머니
아야, 언능 들어가서 밥 먹자
김치만 먹던 일주일
초식에서 육식의 경계에 선 저녁
쇠고기 맛에 빠진 나를 지켜보는 낙타의 눈이
고기를 내 앞으로 민다
고기는 소화가 안 된다며
푸성귀만 골라서 낙타처럼 씹는 어머니
밥상 아래 밥그릇을 놓고 먹던 습관은
큰 상으로 바꾸어도
이것이 편하다고 고집한다

버스 정류장까지 보따리를 이고 뒤따라오며
바지락은 해감 했으니 그냥 국 끓이고
칠게장은 냉장고 넣어라
친구랑 싸우지 말고 지내라
보따리를 태운 버스는 항구에 이르고
연분홍 치마저고리에
목장갑을 낀 어머니는 벤치에서 담배를 피운다

가래가 섞인 기침의 담배 냄새는
졸업식 꽃다발에도 배어있다
상석에 담배 한 대 놓아드리고
갯벌에서 꼬막을 잡는
어머니 몸에서 자주광대나물꽃 냄새가 난다.

이 숨/약력
 ◆전남 장흥군 관상읍 고마리 출생/2018 착각의 시학 봄호 시 부문 등단/시치료 전문가/은행나무숲상담소 소장/제 7회 등대문학상 수상/제 2회 <詩끌리오> 작품상 수상/제 1회 남명문학상 수상/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 박사학위 수료/별곡문학동인회 회원/한국문인협회 회원/장흥문인협회 회원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