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舍人司蓮亭(제사인사연정)/목계 강혼
댓잎의 맑은 술에 동 백옥의 술잔에는
옛날에 놀던 곳을 쓸쓸하게 돌아보고
뜰에서 밝은 달빛에 꽃피는지 물어보네.
竹葉淸尊白玉杯     舊遊  迹首空廻
죽엽청존백옥배    구유종적수공회
庭前明月梨花樹    爲問如今開未開
정전명월이화수    위문여금개미개

사인이 사인정에서 무엇인가를 써서 절친한 친지에게 보냈던 것으로 보인다. 시제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 그 글은 문文보다는 시詩였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시상이다. 옛적에는 말술을 놔두고 술을 마셨거늘 그 때를 돌이켜 가만히 회상해 보면서 깊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다. 모두가 잊을 수 없는 추억 덩이였을 것이다. 댓잎 맑은 술동이 백옥 술잔이 철철 넘치고, 옛날 놀던 곳에서 쓸쓸히 먼저 돌아보고 있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오늘 같은 날 꽃이 피었는지 어떤지 가만히 물어보네(題舍人司蓮亭)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목계(木溪) 강혼(姜渾:1464∼1519)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호는 목계(木溪), 동고(東皐)이다.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1483년(성종 14) 생원, 진사 양시에 합격하고 1486년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호당에 들어가 사가독서하여 그의 문명을 크게 떨쳤다. 저서에 <목계집>이 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댓잎 맑은 술동이 백옥 술잔이 있고 / 옛날 놀던 곳에서 쓸쓸히 먼저 돌아보는구나 // 뜰 앞의 밝은 달은 배꽃 나무들이 즐비하고 / 오늘 같은 날 꽃이 피었는지 어떤지 가만히 물어보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사인사의 연정에 적다 또는 사인이 사연정을 두고 시를 쓰다]로 직역된다. 위 시제는 두 가지 중에서 사인이 사연정을 두고 시를 쓰다로 일단 보았을 때 ‘사인’에 대한 어휘부터 알아 둘 필요가 있겠다. 사인舍人에 대한 나라마다 불러지는 설명이 달랐다. 신라 때는 십칠 관등十七官等 중 열두째 등급 대사大舍와 열셋째 등급 사지舍知 벼슬을 이르던 말로 쓰였다. 고려 시대에는 내사문하성의 종사품 벼슬을 뜻했고, 문종 때 중서사인中書舍人으로 고쳤고. 조선 시대에는 의정부議政府의 정사품 벼슬을 뜻하기도 했다.
시인은 댓잎술을 담아 놓고 한 잔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 보다 먼저 옛 놀던 곳을 쓸쓸히 돌아보는 여유를 부린다. 댓잎의 맑은 술동이에 백옥 술잔을 띠어놓고 옛 놀던 곳을 쓸쓸하게 먼저 돌아본다고 했다. 여유로운 옛 추억덩이다.
화자 또한 달과 배꽃에 시적인 여유를 쏟아내려고 했겠다. 뜰 앞은 밝은 달과 배꽃 나무들이 즐비하고, 오늘 같은 날에 꽃 피었는지 또한 가만히 물어 본다고 했다. 밝은 달과 배꽃의 대비 속에 쓸쓸한 오늘날에 꽃이 피었는지 물어보려고 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맑은 술동 백옥 술잔 쓸쓸하게 돌아보네, 배꽃들이 즐비하고 꽃피었음 물어 보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竹葉: 댓잎. 淸尊: 맑은 술동이. 白玉杯: 백옥 같은 술잔. 舊遊: 옛 놀던 곳. 
 迹: 자취를 따라. 흔적. 首空廻: 먼저 돌아본다. // 庭前: 뜰 앞. 明月: 밝은 달. 梨花樹: 배꽃 나무들. 爲問: (가만히) 물어본다. 如今: 오늘 같은 날. 開未開: 피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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