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는 외롭고 쓸쓸함을 동반한다.

‘나이’가 벼슬인가. 가끔은 회자되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어른’ 혹은 ‘어르신’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래서 어른의 나이가 되면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대접받고 싶어하는 것은 보편적인 사람의 감정이다. 그렇게 대접받고 싶어하는 언행이 과해지면 따라오는 말이 있다. “나잇값을 해야 대접을 받지” 안팎으로 어른다운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것은 자타가 아는 도리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경우있는 나잇값을 하는 언행에 둔감해 진다. 자기 위주의 사고방식에 함몰되는 경향이 다분하다. 이 나이까지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사회에 기여한 자신의 공익성이 계산되어 지고 그 계산만큼이나 합당하지 않은 대내외적 환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 의문은 자기합리화로 전개되고 ‘나잇값’의 사회적 대우에 연연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환경은 그들 개개인이 천착하는 노년의 생각을 온전히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노인복지 제도는 날로 진화되고 있지만 개개인의  만족도는 비례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고령화의 세대들은 자칫 아웃사이더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이들 어른들이 내세우는 경륜과 지혜는 ‘디지털문화’의 속도와 질량을 따라 잡지 못하고 있어서 처신이 힘겨웁다.

●우리 장흥 역시 고령화의 추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장흥군노인복지회관은 고령화 세대의 명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 확연히 느껴지고 있다.
노인복지회관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문화, 연수, 취미, 여가의 프로그램은 자칫 공허할 수 밖에 없는 노인들의 시간을 선용하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에 휴관하고 있지만 노인복지회관의 운영은 성공적인 모양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복지회관에서는 소통과 교류가 있어서 즐거운 것이다. 또래의 노인들 지역에서 이런저런 연고로 연결되는 지인들이 동일한 취미를 향유하고 헛헛할 수 있는 마음들을 채워주기 때문에 노인회관의 모임이 기다려 지는 것이다.
그러나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교통편이 여의치 못한 다수의 노인들은 노인복지회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장흥군의 노인 인구와 노인복지회관을 이용하는 인구의 기간별 통계를 내어 본다면 그 숫자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복지회관조차 상시로 출입 할 수 없는 처지의 노인들의 시간과 공간은 대체로 ‘마을 회관’이거나 ‘경노당’이다.
경노당은 연료비, 농번기 공동 급식 등 기본적인 지원체제가 마련되어 있고 마을의 자율적인 예산으로 하루 한 끼 정도의 식사와 간식은 해결이 된다. 그 여유와 시간과 장소가 다수 노인들에게는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러운 복지이다. 노인들의 한 끼 식사는 집에서도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지만 누군가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밥상머리에 둘러 앉아 있다는 것이 한없이 소중한 것이다.

●마을 문화의 재생이 절실하다.

여기에서 제기되는 사회적인 질문이 있다. “밥만 묵고 산당가?”
마을의 회관이나 경노당에 모인 어른들의 일과는 참으로 고전적인 ‘민화투’ 이거나 ‘삼봉치기’이고 ‘고스톱’ 혹은 발전적인 ‘윷놀이’정도일 것이다.
냉난방의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서 혹은 밥 짓고 상 차리고 설거지 하는 고단함을 피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회관과 경노당의 일상에 ‘문화 프로그램’의 도입이 시급해 지는 것이다. 이를 정의하여 ‘인구소멸 시대의 마을문화 재생’이라는 용어로 정리해 보자.
사회적 제도에서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인 ‘마을’에는 수없이 많은 문화가 있었다. 세시풍속의 문화에서부터 규방의 문화, 공동의 문화 행위가 있었다. 이러한 문화의 주제들을 현대적으로 재생산 하고 각색하고 창조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100세 시대의 노인들에게 주어진 시간의 행간을 문화로 채워 주어 그들의 시간이 윤택하고 풍성해 져서 일상이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하는 것이 노인복지의 화두가 아닐까.
마을이 건강하게 운영되고 마을의 주된 구성원들인 노인층에게 문화적 시간이 빛깔나게 운영되면 우리 장흥군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생동감 있게 운행될 것이다.
수십억 수백억이 소요되는 중점 사업과 정책들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근간인 마을이 재생되고 그 마을을 지탱하는 주민들이 신명나는 문화를 향유하여야 장흥의 미래 또한 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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