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墅尋梅(북서심매)/기재 신광한
봄 구름이 한밤중에 눈으로 흩어지니
아침에 교외에서 야생 매화 찾아보고
동산 숲 매화향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春雲夜散豆   灰    北墅今朝訪野梅
춘운야산두개회   북서금조방야매
多少園林琪作樹   一枝何處送香來
다소원림기작수   일지하처송향래

봄을 피워 문 매화가 진한 매향을 풍길 즈음의 온 집안은 그 향이 진동한다. 화장을 짙게 한 여인이 사립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오는 것만 같다. 매향 아씨가 봄 처녀가 되어 찾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봄을 그렇게 매향을 보내면서 우리 곁에 찾아 온 것이다. 졸졸졸 내가 흐르는 개울에도 북쪽 농막의 기슭에도 매향의 진동함은 함께 읊는다. 봄 구름이 한밤에 눈이 되어 흩어지니, 아침 북쪽 교외에서 야생 매화 찾아본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한 가지 매화는 어디서 향기를 보내 온 것인가(北墅尋梅)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1484∼1555)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507년(중종 2) 사마시에 합격하였고, 1510년에 식년문과에 을과로 급제하였던 인물이다. 1512년(중종 7) 홍문관 정자, 1513년 승문원 박사, 1514년(중종 9) 홍문관 부수찬이 되었다. 사가독서의 특혜를 받았다고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봄 구름이 한밤에 눈이 되어 흩어지니 / 아침 북쪽 교외에서 야생 매화 찾아보네 // 동산 숲 눈 속에는 옥 같이 아름다운 나무 서 있는데 / 한 가지 매화는 어디서 향기를 보내 온 것인가]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북쪽 교외에서 매화를 찾다]로 번역된다. [남매南梅]는 남쪽 따스한 곳을 향해 핀다고 하여 붙여진 신조어다. 따스한 햇빛을 받고 눈송이를 곱게 밟고 피어난 매화를 보고 애잔하게들 생각했다. 그럼에도 북풍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야생매화 가지에서 피어난 매화를 보고 있노라면 측은하다 못해 눈물까지 흘렸다는 이야기도 한다.
시인도 아마 그런 마음이었던가 보다. 선경先景의 시상에서 봄 구름이 한밤에 눈이 되어 흩어지더니, 오늘아침 북쪽 교외에서 야생 매화를 찾아보았다고 했다. 매화가 피는 계절인 음력 정월에 야생매화를 의도적으로 찾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북쪽 교외에서 매향에 취하고 싶었을 것이란 생각을 갖는다.
화자는 가까이 다가가 매화 가지를 만지면서 흔들어댄 한 줌 시상을 매화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었겠다. 동산 숲 눈 속에는 옥 같이 아름다운 나무가 서 있는데, 한 가지 매화는 어디서 향기를 보내오는가를 탄식해 냈다. 옥 같이 아름다운 나무는 더 말할 것 없이 매화다. 허허들판에 피어난 한 송이 매화! 그 향이 그리도 고와 코를 자극시켰을 것이니 그만 탄식하고 만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봄 구름이 흩어지니 북쪽 교외 매화 찾아, 옥같이도 아름답네 매화 향기 보내오니’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春雲: 봄 구름. 夜: 한 밤. 散: 흩어지다. 豆   灰: 눈이 되다. 北墅: 북쪽 교외. 今朝: 오늘 아침. 訪野梅: 야생 매화를 찾다. 야생 매화를 찾아 나서다. // 多少: 다소. 園林: 동산 숲. 琪: 옥 같다. 作樹: 나무가 서있다. 一枝: 한 가지. 何處: 어느 곳. 送香來: (누군가가) 향기를 보내오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