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절구(五言絶句)Ⅰ
●김하서를 그리며-이름은 인후이다
思金河西[名麟厚]
들 해는 사령(沙嶺)에 환히 빛나고 野日明沙嶺
시내 구름 판진(板津)에 잠기어 있네. 溪雲沉板津
그대 가매 무고한지 안부 묻노라 君歸問無恙
옥천(玉川) 있는 나와는 같지 않겠지. 有異玉川人
●소소래에 묵고서-부안에 있다
宿小蘇來[在扶安]
등나무 넝쿨이 옛길 에워싸 藤蘿籠古逕
고라니 사슴이 뜰까지 온다. 麋鹿出堂壇
입정 든 스님은 말씀이 없고 入定僧無語
바다의 달빛만 빈 창에 차다. 虛窓海月寒
●낙일대에서-소소래 서편 숲 아래에 있다
落日臺[在小蘇來西林下]
바다는 황도(黃道)로 통하여 있고 海國通黃道
곤륜산은 백파(白波)로 들어가누나. 崑崙入白波
지는 해는 쫓아도 미칠 수 없어 羲輪去無及
홀로 선 이 마음이 어떠하리오. 獨立意如何
●부녕관에서 지화의 운에 차운하여 문백장에게 주다(2수)
-지화는 양송천의 자이다
扶寧舘次志和韻贈文伯章 二首[志和松川字]
1
가을 내내 봉래산 바라보지만 蓬萊一秋朢
남해는 흰 구름 저 너머일세. 南海白雲邊
그댈 보면 마음에 위로될텐데 見子聊相慰
헤어진 지 어느덧 반년 지났네. 離懷已半年
2
송천은 지금은 아주 좋아서 松川今卽吉
국화촌(菊花村)서 탈 없이 지내고 있지. 無恙菊花村
고향 온 즐거움을 알고 싶은가 知我歸鄕樂
맑은 시 찬찬히 논해 보세나. 淸詩又細論
●백상루에서 의주목사 이선생에게 드림
百祥樓呈主人牧伯李先生
선생이 주신 술에 크게 취해서 大醉先生酒
봄바람에 백상루에 올라 보았네. 春風上百祥
세 갈래 강물 빛은 아스라하고 三叉江色逈
바라뵈는 구름 뫼는 끝도 없어라. 入朢雲峯長
●사미당이 보내온 시에 수답하다
-김영정 자가 정숙 호는 사미당
酬四美見寄[金永貞 字正叔 號四美堂]
병중에 칼을 어루만지니 病中時撫劒
그윽한 마음을 가눌 길 없다. 幽意自難禁
좋은 시 나날이 텅비어가서 玉韻漸虛牝
마치 오래 시 짓기를 그만 둔 듯이. 其如久廢唫
●안주로 가는 한사경을 전송하며
送韓士烱之安州
묘향산 봉우리 꼭대기 폭포 香嶽峯頭瀑
청천강 위에 솟은 높다란 누각. 晴川江上樓
유유히 천리 길 떠나는구려 悠悠一千里
병중에 그대 노님 전송하노라. 抱病送君遊
●벌등포 영벽정에서 묵고
宿伐登浦映碧亭
서생이 장검을 의지하고서 書生倚長劒
한필 말로 궁벽한 곳 두루 다니네. 一馬遍窮荒
황릉묘(皇陵廟) 묵은 자취 감개하노니 感慨皇陵古
진나라 수나라는 알 길 없어라. 秦隋未可詳
●제목을 잃음
題缺
이경이라 묏부리 달 토하더니 二更山吐月
석문봉에 와서는 걸리어 있네. 來掛石門峯
거울도 아닌 것이 수은도 아냐 非鏡亦非汞
천추에 동서로 왕래하누나. 千秋西復東
◆기봉의 대표작은 “관서별곡(關西別曲)”이다.
국문학사상 최초의 기행서경가사로 평가받는 “관서별곡”은 저자가 1555년(명종10) 평안도 평사(平安道 評事)를 역임할 때 관서지방의 절경을 보고 자연을 노래한 가사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기봉의 시문학은 부(賦), 오언절구, 오언사운, 오언고시, 칠언칠구, 칠언사운, 칠언고시, 시산잡영 등 다양한 형식의 시문이 창작되었고 그 명문이 전래되고 있다.
제3회 부터는 기봉집 권2에 수록된 오언절구(五言絶句)를 시작으로 기봉의 시문학 여정을 독자와 동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