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別(증별)/남명 조식
흰 머리 자꾸 나는 것 가엽게 여기어
아침 해가 더디게도 떠오르고 있는데
동산엔 뜻이 있기에 그대 눈길 전송하네.
爲憐霜鬢促     朝日上遲遲
위련상빈촉     조일상지지
東山猶有意     靑眼送將歸
동산유유의     청안송장귀

이별은 아쉬움으로 가슴 한 켠에 잔잔하게 남게 된다. 이 세상에 만났던 사람과 이별이 없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는 되묻는 시인묵객도 많았다. 그러면서 이별을 아쉬워한다. 시인의 시상에도 이런 은근한 생각이 은유적으로 숨겨져 있다. 나이 들수록 이별의 아쉬움과 기다림은 변함이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허연 귀밑머리 자꾸 나는 것을 가엾게 여기면서 정다운 눈길로 멀리도 돌아가는 그대를 전송한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동산에는 오히려 깊은 뜻이 있다고 했었기에(贈別)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남명(南冥) 조식(曺植:1501~1572)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허연 귀밑머리 자꾸 나는 것을 가엾게 여기면서 / 아침 해까지도 저렇게 더디게 떠오르는구나 // 동산에는 오히려 깊은 뜻이 있다고 했었기에 / 정다운 눈길로 멀리 돌아가는 그대를 전송한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이별하는 사람에게 주다]로 번역된다. 누구와 이별했는지는 알 수 없다. 시상은 떠나는 사람을 전송하면서 정다운 눈길을 주었지만, 자신의 귀밑머리가 나는 것이 가엾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캐묻고 있다. 위 작품은 찾아오는 친지를 위한 시라기 보다는 어느 사모했던 여인과 이별하는 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상대와 대비해 보인 작품의 이면이 숨어 있음이 은근하게 비친다.
시인은 이별하는 마당에 먼저 자기 자신이 나이가 많음을 되돌아본다. 허연 귀밑머리가 자꾸 나는 것 가엾게 여기고 있는 것인지, 아침 해도 더디게 떠오른다고 했다. 머리 허연 귀밑머리와 더디게 뜨는 해와는 큰 상관성이 있어 보인 작품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화자는 허연 귀밑머리와 해가 늦게 뜬 이유를 은근하게 캐묻는다. 동산에서 해가 늦게 뜬 이유는 뜻이 있을 것이라 하면서 정다운 눈길로 돌아가는 그대를 전송한다는 종장의 한 마디가 이를 대변하겠다. 정다운 눈길이란 시적구성이 나이 어린 젊은이 또는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은근하게 바라는 여인으로 치환해보려는 뜻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차마 모르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귀밑머리 가엽게 여겨 아침 해 더딜 만큼, 동산엔 깊은 뜻이 정다운 눈길 전송하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남명(南冥) 조식(曺植: 1501~1572)으로 조선 중기의 학자이다. 김해 탄동에서 산해정을 짓고 오직 학문에만 정진하였다. 1538년 유일로 헌릉참봉에 임명되었지만 결코 관직에 나가지 않고, 45세 때 고향 삼가현에 돌아온 후 계부당과 뇌룡정을 짖고 오빅 제자들 교육에 힘썼던 인물이다.

【한자와 어구】
爲憐: 가엽게 여기다. 霜: 서리. 하얗다. 鬢促: 귀밑머리가 ~을 재촉하다. 朝日: 아침 해. 上: 떠오르다. 遲遲: 더디고 더디다. // 東山: 동산. 猶: 오히려. 有意: ~하는 깊은 뜻이 있다. 靑眼: 푸른 눈길. 서로가 정다운 눈길. 送將歸: 장차 돌아가려는 그대를 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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