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을 앞둔 명절, 다른 어느 명절보다 기다리고 설레이던 금년의 추석은 코로나19에 함몰되어 눈치보기의 조심스러운 일상으로 전개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의 서정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을의 정수를 보여 주고 있었다. 지난 절후節候의 그 변덕스럽던 장마와 태풍이 언제였느냐 싶게 가을의 아침은 청명하게 깨어나고 햇살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세상을 향해 은혜스러운 빛살을 허락하고 있다.
그래서 추석 명절의 연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위축되려고 했던 사람들의 심성을 가을의 빼어난 경관과 서정으로 위로하는 듯 했다.

그 명절의 연휴동안 소설가 이청준의 대표적 명작들이 탄생한 회진면 일원, 작가의 생가와 문학자리 천년학 촬영지를 방문하여 문학을 향유하는 여행객들이 줄을 이었다. 여행객의 발길은 문학의 마을 선학동 일대를 싸안으며 만개하기 시작하는 메밀꽃 화원에서 세상의 어떤 곡절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 치유의 시간을 즐기며 바이러스의 세상을 잊고 있었다.

푸르다 못해 금방이라도 뚜욱 뚝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맑은 하늘과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짙푸른 바다의 쪽 빛이 그윽하고 순백을 지향하는 메밀꽃 송이송이들의 생성과 개화가 건강하게 느껴지는 마을 선학동. 마을의 전경과 자연이 합일되고 문학의 향기가 그림처럼 다가오는 이곳은 이청준의 연작 소설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소리의 빛”,“새와 나무”, “다시태어나는 말”의 창작 현장이다.

자연과 인문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고 싶은 선학동의 추석절 연휴는 끊임없이 찾아오는 방문객들로 적요롭지가 않았다.
“금년 가을의 메밀은 작황이 좋아서 꽃들이 다른 어느해 보다 만개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진동호인들을 비롯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 마을회관도 카페도 폐쇄하고 있구요. 다행스러운 것은 방문객들이 마스크 착용, 개인간 거리두기 행보를 엄수하고 있어서 고마울 뿐입니다. 모쪼록 이청준 문학의 고향인 선학동에서 치유의 시간을 향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을의 지도자 최귀홍 위원장의 말이었다.

“이 명절동안 지인의 권유로 찾아온 이청준 문학현장은 사소한 배치물 하나라도 참으로 의미있게 다가 왔습니다. 특히 선학동의 서정은 황홀 했구요.. 아쉬운 것은 한국현대문학사에서 국제적인 위상을 지닌 이청준 작가의 생가 주변이 부끄럽도록 정비되지 않고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문학의 화두는 영원하거든요. 장흥군이 작가의 생가 일원을 모양있게 정비한다면 훨씬 돋보일 것 같습니다”
광주에서 가족과 함께 방문 하였다는 신정현님의 조언이었다.

선학동의 주민들이 합심하여 가꾸어낸 문학의 테마 마을에는 시절을 하수상함도 이겨내는 예지적 기운이 충만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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