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엄습은 우리 사회의 지형을 너무나 황당하게 변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예기치 못하는 현상을 대책없이 방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감염의 그 불확실한 경로를 예지적으로 극복하는 것은 보다 적극적인 인문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우리 장흥문화원의 2020년도 인문학강의 제2강은 유서 깊은 역사가 전래하고 천관산의 경관이 어우러 지고 가을의 서정까지 청량하게 가세한 관산읍의 산자락 공원에서 개최 되었다.

야외 행사이니만큼 참석자는 제한 되었으나 코로나 예방 수칙을 준수한 많은 분들이 “장천팔경의 암각문”을 주제로 하는 인문학강의에 시종을 진지하게 참여하여 본을 보여 주었다.
“암각문巖刻文”은 산야에 자연스럽게 조형된 무심한 바위에 글과 문장을 새기되 그 내용은 대체로 지역의 역사, 인물, 전통, 경관, 서정을 반영하고 있으며 내용 또한 흘려 보낼 수 없는 뜻과 유래를 담고 있다. 그러나 암각문의 현장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알려진 학문이 아니어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바 있다. 이러한 암각문을 연구 답사하여 정리하고 발표하는 학문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강사는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의 홍석순 명예 교수이다. 기히 남도의 역사와 문화에 많은 연구 실적을 보이고 있는 홍순석 교수는 1989년과 1990년에 강남대학술조사단을 이끌고 장흥지역 문화유적과 민요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천관사의 사지인 지제지 원본을 처음으로 발견해 제보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렇듯 장흥 관산읍의 장천제 일원의 문화적 특성에 관심을 보인 홍교수는 전남도의 도립공원인 천관산과 장천계곡은 옛날부터 호남 지역의 대표적인 명승지로 각광을 받아온 곳이며 경관이 빼어난 장천계곡은 존재 위백규선생의 유적인 장천재 주변의 계곡으로 ‘장천재팔절’로 회자 된다고 묘사 하였다.

장천재의 현판 가운데 ‘장천재 팔절’을 기록한 현판이 있어 이를 증빙한다는 것을 고증 하였다.
홍교수의 강의는 “이 현판에 제1 청풍벽, 제2 도화량, 제3 운영기, 제4 세이담, 제5 명봉암, 제6 추월담, 제7 탁영대, 제8 와룡홍이 열거되어 있으며 ‘장천재 팔절서과 같이 융합되고 눈이 신비와 꾀하게 되어 오래도록 즐거워하니 없던 이름을 붙여 자연히 그 입에서 나옴을 깨닫지 못한다.

곡구의 첫 번 째를 청풍벽이라 하였으니 세상 사람이 골짜기에 처음 들어와서 청풍과 만남이다.
두 번째를 도화량이라 한 것은 신선을 찾는 자가 도화를 따라감이다.
운영기라 함은 개천에게 맑은가를 묻고 내 마음을 허락하는 것이요, 세이담이라 함은 소부의 일을 말한 것이요, 명봉암이라 함은 높은데서 세상을 봄이니 또한 덕성암이라고도 하며 추월담이라 함은 성현의 마음을 말하는 것이요, 탁영대라 함은 유자의 티 없는 노래를 말함이요, 제팔을 와룡홍이라 함은 인간에게 비를 만들어 보냄을 말하는 것과 같다.
이 8개소의 명칭은 모두 팔절로서 하늘에 있는 것이요, 억지로 이름 붙인 것이 아니다. 만약 괘의 이름을 보고 이름 붙이지 않는 것이 적고 이름 붙인 것이 많다고 한다면 이는 참다운 주역을 알지 못하는 자다.
이 운영기와 탁영대를 영조 임오 1762년 가을에 한결같이 그 이름을 수처럼 아름답게 해 오래도록 전하고자 대강 그 설명을 편다.
이 서문 뒤에 “맹추하한일에 계항운민 적고 사락산인 글씨를 쓰다”라는 관지가 있어 존재 위백규 선생이 글을 짓고 사락헌 위백침이 글씨를 썼음을 알 수 있다.

이 자료는 장천팔경이 존재선생이 1762년 음력 7월 하순에 장천팔경을 명명했음을 증빙한다.”고 역설하여 장천재의 새로운 인문의 장을 열었다.
장흥문화원의 금년 두 번째 강의인 “장천 팔경의 암각문”은 우리 지역의 인문과 역사와 문예적 기풍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알찬 내용으로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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