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흔일곱 살 밥 우드워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언론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닉슨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했던 기자다. 지금도 현역 언론인이다.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인데,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무려 18번이나 인터뷰를 한 뒤에 내놓은 책, ‘격노(激怒)’,(Rage) 이 책이 9월 발간되어 지금 지구촌 화제다. 그중 북한 김정은과 핵무기에 관련된 부분만 전부 추려서 요약ㆍ분석한다. (김광일 시사평론가)

▲2017년 미·북 관계가 경색됐던 당시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 있는 미 전략사령부는 ‘작계(作計) 5027’을 깊게 검토했다.
북한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80개의 핵무기를 사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작계 5027’이란 앞 ’50′은 한반도 지역을 뜻하고, 뒤 두 자리는 상황에 따른 세부 계획을 말한다. 남북 전면전에 대비한 한미연합사의 작전 계획이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작성하며 미 태평양사령부가 총괄한다.
2017년 당시는 북 중요 거점을 먼저 공격하는 ‘선제 타격’ 혹은 ‘예방 타격’, ‘외과적 타격’ 등등이 거론되고 있었다. 트럼프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전쟁에 가까이 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80개의 핵무기'를 북한에 쏟아 부을 경우 어떤 핵무기를 염두에 두었던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 “나는 이전에 이 나라에서 아무도 갖지 못한 핵무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우리는 푸틴이나 시진핑이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을 갖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엄청나다”고 과시했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나중에 익명의 관계자들로부터 미군이 보유한 새로운 기밀 무기 시스템에 대해 확인을 받았다”고 했다.
군사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말했던 ‘새로운 핵무기 시스템’이란 북한 지도부나 군사 거점에 대한 초정밀 타격이 가능한 극소형 핵무기를 뜻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변에 ‘방패 역할’을 하는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핵무기라는 것이다. 이것은 잠수함에서 쏘아 올리거나 혹은 순항미사일에 탑재하거나 하늘에서 투하하는 B61-12 ‘저위력(底偉力) 핵무기’를 뜻할 수도 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작계 5027에는 핵무기 사용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어느 쪽이 맞을까. 우드워드일까, 청와대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단 전쟁이 터지면 그 이전까지 세웠던 모든 계획은 없던 것이나 마찬가지란 점이다. 그날그날이 새로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 군사작전은 동맹국이나 정치권과 ‘사전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2017년7월 미군이 전술미사일 ATACMS를 동해상으로 발사했는데, 김정은이 ICBM 발사를 참관했던 그 텐트에 정확히 거리를 맞췄고 방향만 틀어서 쏘았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듬해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을 만났을 때 “당신을 제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운에 제거된 리비아의 카다피를 암시하며 “나는 당신을 제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2017년 9월22일 북한은 “수소폭탄을 실험하겠다”면서 미국을 위협한다. 다음날인 9월23일 미국은 ‘죽음의 백조’ 전략폭격기 B-1B 랜서 등 전투기 20대를 동원해서 동해상 북방한계선 너머로 ‘모의(模擬) 공습’ 비행을 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너무 멀리 나갔다”면서 불만을 표시한다.

▲'죽음의 백조'는 어떤 위력을 지녔을까. 최대 마하 1.2로 미국 3대 전략폭격기 중 B-52나 B-2보다 빨라 괌에서 한반도까지 2시간이면 된다. 기체 내부에 34톤, 외부에 27톤, 최대 61톤의 폭탄을 적재·투하할 수 있다.
레이저 유도 폭탄인 Guided Bomb Unit, GBU-31과 GBU-38 같은 합동직격탄, 장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재즘(JASSM)를 장착하는데 수백 km 밖에서도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유사시 ‘폭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GBU-43이나 지하 60미터까지 파괴할 수 있는 GBU-57 탑재도 가능하다. MK-84, MK-82 등도 수백 발 무장한다. 재래식 폭탄만으로도 평양 지휘부와 지하 벙커, 핵ㆍ미사일 기지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

▲2017년9월 상황을 보자. 9월5일 북한은 6차 핵실험, 9월15일 IRBM 화성-12형 발사, 9월22일 수소폭탄 위협이 있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9월14일 800만 달러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발표하는 등 엇박자로 나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죽음의 백조’를 북방한계선 너머로 날려 보냈던 것이다.

▲우드워드는 책 ‘격노’에서 미 CIA의 한반도 전담부서인 ‘코리아미션센터’가 북한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센터의 책임자는 북한에 대해 가장 성공적인 첩보 공작을 했던 앤드루 김이다. 우드워드는 “앤드루 김이 북한 지도자를 전복시키는 비밀공작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해가 바뀌어 2018년5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두 번째로 북한을 갔을 때 만찬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담배를 피웠다. 그러나 앤드루 김 센터장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순간 함께 있었던 김여정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얼어붙었고 거의 마비된 모습으로 김정은의 반응을 기다렸다고 한다. 이설주가 침묵을 깼다. “그 말이 맞습니다. 나도 흡연의 위험에 대해 남편에게 말해왔습니다.” 우드워드는 김여정과 이설주의 상반된 모습이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매슈 포틴저 당시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에 대해 ‘9가지 옵션’을 갖고 있었다. 가장 안 좋은 옵션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것은 CIA 비밀공작이나 군사 공격을 통해 북 정권을 궤멸시키고 정권 교체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트럼프는 ‘최대의 압박’을 선택했다고 한다.

▲미국은 2차 대전이 끝난 뒤에도 한반도에서, 베트남에서, 아프간에서, 중동에서, 한 번도 전쟁을 멈춘 적이 없는 나라다. 미국은 세계에서 전쟁을 가장 잘 할 줄 아는 나라다. 미국은 미국을 뺀 전 세계의 군사력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다. 그런 나라가 북한에 대해 ’80개의 핵무기' 공격을 계획했었고, 김정은의 텐트까지 정확하게 거리를 계산한 에이태킴스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었다고 우드워드는 책 ‘격노’에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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