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某女(증모녀)[2]/기은 박문수
왕소군의 고운모습 오랑캐 땅 묻히고
양귀비의 고운 얼굴 티끌이 되었는데
사람의 옷자락 풀기 아까워서 말게나.
昭君玉骨湖地土    貴妃花容馬嵬塵
소군옥골호지토    귀비화용마외진
人性本非無情物    莫惜今宵解汝裙
인성본비무정물    막석금소해여군

남성의 권유와 요청에 여성이 쉽게 허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는 더 많다. 여기에 매력을 찾는 여인네들은 ‘짐짓’이란 용어까지 쉽게 쓴단다. 흔히 쓰는 말로 한 번 퉁겨본다고나 할까? 남녀관계는 서로의 자제自制에서 찾는 것이 보다 바람직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시인은 흔연스럽게 양귀비 꽃 같은 얼굴도 마외파 티끌 되었다고 하니 오늘 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하지 말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사람의 본성이랑 본래가 무정치 않은 것이니(贈某女)로 제목을 붙여본 율(律)의 후구인 칠언율시다. 작가는 기은(耆隱) 박문수(朴文秀:1691~1756)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1732년 선혜청당상, 1734년 예조참판으로 재직 중 진주사의 부사로 청나라에 다녀왔다. 그 뒤 호조참판을 거쳐, 1737년 도승지를 역임한 뒤 병조판서가 되었다가, 풍덕부사로 좌천되기도 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캐 땅에 묻혔고 / 양귀비 꽃 같은 얼굴도 마외파 티끌되었네 // 사람의 본성이 본래가 무정치 않은 것이니 / 오늘 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하지 말게]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어느 여인에게 주다(2)]로 번역된다. 전구에서 완만한 상승곡선이란 은유적 표현은 작품성을 격상시켰다. 비유법의 명수임을 보여주어 은근성이란 묘미가 은유적 속성에 고운 색을 덧칠했다. 곧 전구에서는 [나그네 잠자리가  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못한데 / 하늘에선 차가운 달이 우리 이웃을 비추네 // 푸른 대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나 / 붉은 복사꽃 흰 오얏꽃은 봄 한 철 이라네]라는 은유적 표현이었다.
그렇지만 시인은 이어지는 경련과 미련에서는 직설적은 직유성에 작품의 질을 떨어뜨렸지 않으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캐 땅에 묻혔었고, 양귀비 꽃 같은 얼굴도 마외파 티끌이 되어 지금은 없다 했다. 정절의 고운 자태도 살았을 때뿐이지 죽어지면 소용이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
주색이라고 했다. 거나한 한 잔에 노골적으로 여인을 희롱하지 아니 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화자는 노골적인 본색을 드러내 사람의 본성이 본래가 무정치 않은 것이니, 오늘 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하지 말게라는 시상을 드러냈다. 전반의 은유와 후반의 직유적인 대비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왕소군도 땅에 묻고 양귀비 티끌되네, 사람 본성 무정치 않네 옷자락 풀기 아껴 말게’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昭君: 왕소군. 중국 4대 미녀. 玉骨: 고운 모습. 湖地土: 오랑캐 땅에 묻히다. 貴妃: 양귀비. 중국 4대미녀. 花容: 꽃다운 모양. 馬嵬塵: 마외파의 티끌. 당 현종이 양귀비를 사사한 곳. // 人性本: 사람 본성. 非無情物: 무정치 않다. 莫惜: 아까워 하지 말라. 今宵: 오늘 밤. 解汝裙: 그대 옷자락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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